좋은 드라마 한 편은 좋은 배우를 재조명하게 만든다.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데뷔 27년 차 박은빈의 배우로서의 가치가 다시 입증되고, 설렘 가득한 눈빛의 배우 강태오의 180도 다른 전작이 회자됐다. 여기에 주종혁, 주현영 등 조연 배우들까지 극 중 별명이나 이름으로 불리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봄날의 햇살’ 최수연 변호사 역의 배우 하윤경도 그중 하나다. 시청자들은 낯설면서도 익숙한 하윤경을 보며 그의 필모그래피를 따라가고 있다.
하윤경의 전작은 19금 로맨스물 tvN 드라마 ‘오피스에서 뭐하쉐어(Share)?’다. ‘봄날의 햇살’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어 흥미롭다. 주로 조연으로 활약하던 하윤경이 주연을 맡아 더 눈길이 간다.
작품은 다인(하윤경)이 공유오피스에서 전 남친 진석(정재광)과 원나잇 상대 현우(이학주)를 동시에 만나면서 일어나는 아슬아슬한 로맨스 이야기다. 19세 이상 시청 등급으로 대사가 적나라하고 스킨십 수위가 높다.
회사를 박차고 나와 프리랜서 디자이너가 된 다인은 친구 성희(장지수)의 소개로 공유오피스에 입성한다. 1층부터 7층까지 다양한 회사와 프리랜서들이 모인 이곳은 거대한 연애 양식어장으로도 불린다. 성희의 말에 따르면 탕비실은 남녀가 우연히 만나 대화하기 좋은 장소이고, 회의실과 수면실은 커플들을 위한 은밀한 곳이다. 커플이 바뀌기도 한다.
유교걸 다인에게는 듣고도 믿기지 않는 곳이다. “여기는 동물의 왕국이야?”라고 놀랄 정도이니. 그러자 후배 연진(박승연)이 말한다. “우리 회사 팀장은 죽이고 싶지만, 남의 회사 팀장은 괜히 멋있잖아요.” 사내연애보다 더 마음 편하고 쉽게 이성을 만날 수 있는 곳에서 성희는 다인에게 연애를 권유한다. 그게 아니면 자유롭게 하룻밤을 즐기는 것도 좋다고 한다. 한 사람하고만 6년간 연애를 하고 홀로 지내는 친구를 위한 말이었다.
다인은 성희의 조언을 실행하기로 한다. 의도적인 것은 아니었으나 모임에서 처음 만난 현우와 자유를 즐기기로 한다. “뒷일은 뒤에 생각하는 편”이라는 현우의 말에 다인은 “후회되면 어떡하냐”고 물었고, 현우는 “생각보다 별일 안 생긴다”고 담담하게 답했다. 결국 다인은 안 해 본 걸 해보겠다는 마음으로 현우와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문제는 이후부터다. 공유오피스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한 다인은 첫 출근 날 브랜드 팀장으로 나타난 현우와 맞닥뜨린다. 여기에 1년 전 헤어진 전남친 진석은 프리랜서 카피라이터로 팀에 합류했다. 현실이 자각된 다인은 어쩔 줄 몰라 한다. 급기야 진석은 뒤늦게 이별을 후회하며 다인에게 다가가고, 현우는 다인을 신경 쓴다.
기발한 상상에서 시작된 이야기다. 짜임새가 높진 않지만 스토리 전개는 흥미를 유발한다. 평범한 20대 여성의 커리어 고민과 일에 대한 열정, 사랑에 서툰 모습 등이 하윤경을 통해 담백하게 그려진다. 드라마적 요소 때문에 허황된 이야기로 볼 수도 있지만 한 번쯤 겪을 만한 평범한 고민들이 균형을 이룬다.
‘오피스에서 뭐하쉐어?’가 CJ ENM에서 진행하는 신인 스토리텔러 지원사업 오프닝(O'PENing)의 일환인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는 공모전에 당선된 10개 작품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으로, 이전에는 드라마 스테이지라는 이름으로 진행됐다. ‘오피스에서 뭐하쉐어?’는 2부작으로 진행돼 비교적 알려지지 않았으나 ‘라이징 스타’ 하윤경으로 인해 다시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 시식평 - 다재다능한 배우의 전작을 보는 기분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