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가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이하 15비)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공군 측에서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사건을 통보하지 않아 현장점검에 나서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관의 통보가 없으면 여가부가 자체적으로 점검이나 조사에 나설 권한이 없는 탓이다.
여가부는 올해 상반기 공군 15비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부사관 성추행 사건을 최근 군인권센터 기자회견과 언론 보도를 통해 뒤늦게 확인했고, 공군 측으로부터는 아무런 통보도 받지 못했다고 4일 밝혔다.
성폭력방지법에 따르면 국가기관 등의 장은 해당 기관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사실을 알게 된 경우 피해자의 명시적인 반대 의견이 없으면 지체 없이 그 사실을 여가부 장관에게 통보하고, 해당 사실을 안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재발방지대책을 여가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여가부 장관은 필요한 경우 해당 기관에 대한 현장점검을 벌여 피해자 보호조치 여부, 재발방지책 수립 여부를 확인할 수 있으며, 점검 결과 필요하다면 기관장에게 시정이나 보완을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기관이 통보하지 않을 경우 여가부가 자체적으로 점검이나 조사에 나설 권한은 없다.
여가부는 이번 사건에 대해 공군 측이 여가부에 아무런 연락을 하지 않았고, 뒤늦게 사건 발생 사실을 인지한 여가부가 공군에 확인했을 때는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통보를 안 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인 A 하사 측은 이에 대해 신고 초기에 여가부의 점검을 원치 않는다고 답변한 것은 사실이나 지금은 상황이 변했기 때문에 여가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피해자를 지원하는 군인권센터의 김숙경 성폭력상담소장은 "피해자는 올해 4월 신고 당시 군이 자신을 보호하며 사건을 적절하게 처리해줄 것이라고 믿고 여가부의 점검을 원치 않는다고 답변했으나 상황은 기대와 반대로 흘러갔다"며 "피해자는 지금이라도 여가부의 점검이 가능하다면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김 소장은 여가부 점검 제도에 대해 "군 조직 특성 상 배신자로 낙인 찍힐까 두려워 여가부 점검 의사를 표현하기가 어렵다"며 "피해자의 동의와 무관하게 점검이 이뤄지는 제도 보완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