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이슈 리포트]자율차·UAM시대 오는데…60년전 법에 막힌 모빌리티 생태계

'플랫폼 잔혹사'로 본 규제 족쇄

유정훈 아주대 교수

정부, 기존사업과 갈등중재 대신 법으로 제한

자가용 유상운송 차단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1962년 '자동차운수사업법'과 본질 같아

우버 등 승차·차량공유 서비스 설자리 잃어

타다사태 이후 등장 플랫폼사업 3종세트도

사업자 3곳에 허가대수 420대로 지지부진

모빌리티시장에는 더 열악해진 택시만 남아

플랫폼 혁신·상생 위한 근본적인 개혁 필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규제 개혁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규제 혁신의 최고 결정기구로 ‘규제혁신전략회의’를 신설하고 중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회의를 주재해 결정한다고 한다. '국민제안정책투표'를 실시한 결과 정부의 규제심판회의 1호 안건으로 ‘대형마트 영업 규제’를 선정하기도 했다. 갈등이 첨예한 사안이라도 생활밀착형 규제에는 신속하게 대응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강한 의지가 읽힌다. 그런데 ‘심야택시 대란 해결’은 왜 ‘국민제안 톱10’에 뽑히지 않았을까. 택시를 잡느니 걸어가겠다거나 귀가를 아예 포기하는 시민들의 고통과 불편이 대형마트 영업 규제보다 절대로 작지 않은데 말이다. 아마도 시민들은 어떤 규제가 심야택시 대란을 초래했는지 알지 못해 그랬을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지난 9년간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모빌리티 잔혹사’를 자세히 알려야 하는 이유다. 우버(Uber)가 한국에 진출한 2013년 이후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2014년 7월 서울시는 우버 서비스를 불법으로 규정한다. 우버가 국내에서 ‘승차공유(ride sharing)’ 서비스를 개시한 지 약 1년 뒤다. 서울시의 주장은 우버가 관련 법령을 위반하고 있으며 서비스 이용자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승차공유는 출발·도착지와 이동 시간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여러 사람이 동시에 하나의 차량을 함께 이용하는 것이다. 승차공유의 형태는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출퇴근 때 다른 사람을 태워 가면서 비용을 나눌 수 있다. 승용차 평균 탑승 인원이 1.22명으로 나 홀로 차량 비율이 82.5%에 달하는 우리나라에서 아주 솔깃한 얘기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불법이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81조(자가용 자동차의 유상운송 금지)’에 따라 개인이 돈을 받고 타인을 태워줄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일상적인 승차공유가 일절 허용되지 않는다. 가구당 차량 대수가 1.3대에 육박한 현재까지도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은 자가용을 찾아보기 힘들었던 1962년의 ‘자동차운수사업법’ 때와 본질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

서울시는 불법 유사운송행위에 대한 신고 포상금 제도까지 도입한다. 이에 우버는 신고포상제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위배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계속된 서울시와의 갈등 속에 우버는 2015년 2월 서비스 무료화라는 초강수를 둔다. 유상운송을 금지하니 돈을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버는 무료 전환 9일 만에 서울시에 항복하게 된다. 택시 면허가 거액에 거래되는 상황에서 택시 업계의 반발이 더욱 거세졌기 때문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우버 사태로 자극을 받은 정부와 지자체가 앞장서 승차공유에 대한 논의를 진전시킬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러한 기대가 무너지는 데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서울시가 이번에는 카풀 애플리케이션을 운영하는 기업 ‘풀러스(Poolus)’를 경찰에 고발한다. 2017년 11월의 서울시는 2년 전 ‘우버 사태’ 때보다 한층 더 단호했다. 카풀은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를 위해 출퇴근 시 ‘유상운송 금지’ 예외가 적용되고 있었다. 그런데 서울시는 풀러스가 출퇴근 시간 외에 영업을 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81조에 ‘출퇴근 시간’이 규정돼 있지 않은 점을 풀러스가 악용했다는 주장이다. 시대 변화에 따라 유연근무제와 출퇴근시차제 등으로 출퇴근 시간대의 개념이 사라지고 있음에도 출퇴근 시간이 명확히 존재한다는 것이 서울시의 논리였다. 이때도 택시 업계의 집요한 압박이 주된 이유였다. 풀러스 사태는 스타트업 전체의 반발을 초래했다. 승차공유·차량공유 업계는 비상대책회의를 여는가 하면 청와대 청원까지 나섰다. 당시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 정부도 규제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네거티브 규제를 도입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러나 풀러스 사태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종료된다. 출퇴근 시간을 법으로 정한 것이다. 2019년 8월 개정안에 따르면 모든 국민의 출퇴근 시간은 각각 ‘오전 7시부터 오전 9시까지’와 ‘오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가 됐다.


시민들에게까지 신생 모빌리티와 택시의 심각한 갈등이 알려지게 된 사건이 연이어 발생한다. 바로 그 유명한 ‘타다 사태’다. 2018년 10월 서비스를 시작한 타다는 곧바로 이듬해인 2019년 2월 서울중앙지검에 고발된다. 타다 역시 풀러스처럼 현행 법 조항의 허점을 이용해 불법 유상운송 행위를 한다는 이유에서다. 렌터카 기반인 타다는 ‘렌터카 대여’와 ‘대리기사 호출’을 각기 따로 동시에 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는 렌터카를 빌릴 때 운전자 알선이 금지돼 있는데 타다는 예외 조항인 ‘승차 정원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인 승합자동차’를 사용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이에 대해 택시 업계는 타다가 고도의 ‘꼼수’를 써 불법 영업을 합법화했다고 주장한다. 외국에서는 허용되는 모든 것이 다 막힌 우리나라에서 그래도 법적으로 가능한 서비스를 어렵게 찾아낸 것을 꼼수로 매도한 것이다. 택시 업계의 일방적 태도와 멀찌감치 서서 보고만 있는 국토교통부에 대한 전문가들의 비판이 줄을 이었다. 전체 소비자 편익 측면에서 무엇이 더 이익인지, 미래 우리나라의 경제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더 큰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같은 해 5월 ‘타다 퇴출 요구 집회’에서 택시기사 한 분이 분신 사망한 안타까운 사건이 터지면서 사태는 다른 방향으로 급속히 전환된다. 7월 최초 발의를 시작으로 10월에 타다 영업 방식을 금지하는 개정안, 이른바 ‘타다금지법’이 발의된다. 그리고 10월 28일 검찰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타다 대표들을 기소하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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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 해결 방식은 풀러스와 동일했다. 새롭게 등장한 서비스를 현행 법으로 막을 수 없게 되자 해당 법 조항을 개정해 불법화하는 방식이다. 타다의 법적 근거를 무력화하기 위해 ‘관광을 목적으로’와 ‘대여 시간이 6시간 이상이거나 대여 또는 반납 장소가 공항 또는 항만인 경우’로 한정했다. 타다 금지만을 위해 3중의 잠금장치를 추가한 것이다. 너무나 지나친 정치권과 국토부의 행태로 타다 사태는 풀러스와 다른 상황이 전개되기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2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타다금지법에 대한 공식 반대 의견을 제출했다. 2020년 2월 서울중앙지법 1심에서는 타다에 무죄가 선고되기도 했다. 그러나 2020년 3월 타다금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하게 됐다. 이후 타다는 헌법재판소에 타다금지법 헌법소원을 청구했으나 2021년 6월 헌재의 합헌 결정으로 3년 가까이 진행된 타다 사태는 마침내 종지부를 찍게 된다.

우버·풀러스·타다가 연이어 사라진 모빌리티 시장에는 상황이 더욱 열악해진 택시만 남았다. 타다금지법 이후 화려하게 등장했던 운송·가맹·중개의 여객자동차운송 플랫폼 사업 3종 세트는 여태 지지부진하다. 핵심이 돼야 할 플랫폼 운송 사업은 사업자가 3곳에 불과하고 이들의 허가 대수를 모두 합쳐도 지난해 말 기준으로 총 420대밖에 되지 않는다. 국내 모빌리티 산업은 시장 확장은 고사하고 각종 규제와 택시 업계의 극렬한 반발로 어떤 신규 서비스가 나오더라도 전망이 불투명한 상태다. 새로운 기술과 기존 업계 간의 격렬한 갈등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19세기 중반 자동차의 등장으로 인한 마차 업자들의 반발이나 100년 전 택시 도입으로 인력거가 밀려나면서 빚은 마찰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우리는 과거의 사실을 토대로 현재를 바르게 이해할 수 있다. 모빌리티 잔혹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의 완고한 규제에 갇혀 있으면서 도심항공모빌리티(UAM)와 자율자동차 시대에 대비하는 모빌리티 혁신을 얘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현재 시급한 심야택시 대란의 해결 방안을 내는 것도 어렵다. 당장의 갈등 해소에만 급급하지 말고 ‘택시와 플랫폼의 혁신과 상생’을 위해 근본적인 규제 개혁을 이뤄야 한다. 대형마트 영업 규제를 심판대에 올린 정부의 용기와 의지가 여객자동차운송 규제에 대해서도 조만간 발현되기를 기대한다.




유정훈 교수는…서울대에서 도시공학으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미국 퍼듀대에서 교통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센트럴플로리다대 연구원을 거쳐 한국교통연구원(KOTI)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2005년부터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로 재직해왔다. 교통계획·대중교통·교통경제 등의 분야에서 140여 건의 다양한 연구 실적을 보유하고 있으며 교통 관련 정부 정책 및 전망에 대한 언론 인터뷰와 기고를 활발히 하는 교통 학계의 대표적인 오피니언리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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