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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이] '놉' 조던 필의 상상력이 빚은 공포, 한계 없어 더 무섭다

[리뷰] 영화 '놉(NOPE)'

‘겟 아웃’ ‘어스’ 조던 필 감독의 신작

하늘에 뜬 미스터리 존재에 대한 공포

조던 필 유니버스의 확장

북미 개봉 박스오피스 1위


오늘 영화는 이거! ‘오영이’




영화 ‘놉’ / 사진=유니버설 픽쳐스영화 ‘놉’ / 사진=유니버설 픽쳐스




입이 떡 벌어진다. 한계선 없는 상상력의 확장을 본 것만 같다. 조던 필 감독이 사람의 상상력이 어디까지 뻗칠 수 있는지, 그 상상력에 얼마나 영리하게 메시지를 녹일 수 있는지 제대로 보여줬다.

영화 ‘놉’(감독 조던 필)은 OJ 헤이우드(다니엘 칼루야)가 하늘에서 떨어진 무엇 때문에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한 아버지를 목격하면서 시작된다. OJ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영화와 텔레비전 제작사를 위해 말을 훈련하는 목장을 운영하게 된다. 밖으로 나돌던 여동생 에메랄드 헤이우드(케케 파머)도 목장으로 돌아왔지만, 어느 하나 맞는 것이 없는 두 사람의 마찰을 빚는다. OJ는 목장이 운영난에 시달리자 어떻게든 헤쳐나가려고 하지만 에메랄드의 생각은 다르다. 그러던 어느 날, 남매는 목장 하늘 위 움직이지 않는 수상한 구름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UFO라고 확신한다. 이들은 목장에 CCTV를 설치해 UFO를 촬영해 돈을 벌 계획을 세운다.

단순한 UFO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비행접시, 외계인 등과는 또 다른 미지의 존재다. 예상도 추측도 할 수 없는 ‘그것’은 헤이우드 목장 일대를 공포를 몰아넣는다. 남매뿐만 아니라 어린 시절 할리우드 아역스타로 이름 날린 리키 주프 박(스티브 연), 은퇴를 목전에 둔 촬영감독 앤틀러스 홀스트(마이클 윈콧) 등은 저마다 다른 방법으로 ‘그것’에 집착한다.





중반부까지는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파편화된 4개의 에피소드가 이어진다. 중후반부부터 조각들이 엮여가며 휘몰아친다. ‘그것’을 중심으로 딱딱 맞아떨어져가는 이야기가 소름 돋게 한다. OJ가 동물 조련사인 것, 리키가 아역 배우 시절 침팬지 고디와 관련된 끔찍한 사건을 겪은 것 등 복선이 맞아들어갈 때가 그렇다.

조던 필 감독이 ‘놉’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다양하다. 적나라하지 않지 않지만 은근하게 많은 것을 전달한다. 큰 틀에서는 영화 산업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촬영 감독부터 동물 조련사, 기술 전문가 등 배후에 있는 장인들을 골고루 조명한다. 여기에 끔찍한 트라우마를 갖고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배신당한 리키 주프 박(스티브 연)을 통해 아역 배우들의 현실을 꼬집는다.





남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보이길 원하는 인간의 욕구도 드러난다. 대표적으로 헤이우드 남매는 인간의 양면성을 보여주는 존재. 관객들도 자신의 가치와 정체성을 내적으로 찾는지 외적으로 찾는지 대입할 수 있는 캐릭터다. 말 수 없고 깊이 있는 인물인 OJ는 익명성에서 오는 고독을 좋아하지만, 외향적이고 주목받기 좋아하는 에메랄드는 SNS 같은 것에 매달린다. 이들이 똑같이 ‘그것’에 두려움을 느끼지만 어떤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지 비교해 보는 것도 포인트다.

한편 리키는 자신이 출연한 작품 캐릭터 이름을 딴 테마파크 운영할 정도로 추억에 젖어있고 환상에 중독된 인물이다. 그는 ‘그것’의 출현을 자신이 다시 관심받을 수 있는 기회쯤으로 여긴다. 앤틀러스 감독은 ‘그것’을 포착한 최초의 인물이 되기 위한 욕망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조던 필 감독이 매 작품마다 비판하고 있는 인종차별 문제 또한 생각하게 된다. 작품 속 헤이우드 남매는 촬영장에서 매번 영화의 시초에는 말을 타고 있는 흑인이 담긴 사진이 있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말과 주인의 이름은 기록으로 남아있지만 흑인 기수의 이름은 역사에서 사라진 것 등은 인종차별, 산업 내 착취 등을 연상케 한다.





‘놉’은 조던 필 감독의 전작 ‘겟 아웃’(2017) ‘어스’(2019)과 확연히 다른 공포감을 가졌다. 신비롭고 미스터리하다는 것은 공통적이지만 결이 다르다. 딱 떨어지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묘함이 있다. ‘놉’이라는 제목만으로 내용을 유추할 수 없는 것과 같다. 훨씬 더 크고 넓은 조던 필 감독의 세계가 시작된 것을 알린다.

‘놉’을 확실하게 즐기기 위해서는 아이맥스로 관람하는 것이 최적이다. ‘인터스텔라’ ‘테넷’ 등에 참여한 촬영감독 호이트 반 호이테마가 15/65mm 대형 규격의 아이맥스 카메라로 드넓은 목장 대지, 광활한 하늘을 눈앞에 구현했다. 화면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 그 속에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관객들이 작품 속 인물들처럼 위를 올려다보게 되는 것은 기이하면서도 재미있는 순간이다.

+요약


제목 : 놉(NOPE)

장르 : 미스터리

연출 : 조던 필

출연 : 다니엘 칼루야, 케케 파머, 스티븐 연, 마이클 윈콧, 브랜든 페레아

수입ㅣ배급 : 유니버설 픽쳐스

상영시간 : 130분

상영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북미 개봉: 2022년 7월 22일

국내 개봉: 2022년 8월 17일







추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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