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앱으로 전세계 발달지연 아동 60만명 돌보죠"

'인지치료앱 개발' 최예진 두브레인 대표

'매달 수천만원' 비용 부담 줄여

美선 디지털 치료제 임상 진행 중

인도·아부다비 등엔 법인도 세워

최예진 두브레인 대표가 미국 뉴욕서 열린 갤럭시 언팩 연계 행사에서 자신이 발달 지연 치료 앱을 만든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최예진 두브레인 대표가 미국 뉴욕서 열린 갤럭시 언팩 연계 행사에서 자신이 발달 지연 치료 앱을 만든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8년 전 자원봉사 선생님 시절에는 하루에 많아야 10명 정도의 발달 지연 아이들을 돌봐줄 수 있었는데 지금은 하루 수십만 명의 아동들이 저희 프로그램을 쓰며 발달하고 있습니다. 무척 행복한 일입니다.”



최예진(사진) 두브레인 대표는 삼성전자가 11일(현지 시간) 2022 갤럭시 언팩의 연계 행사로 미국 뉴욕에서 마련한 ‘제너레이션17 브리핑’에서 “발달 지연 치료는 보험 지원도 되지 않고 비용이 만만치 않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 대표는 이어 “발달 지연 자녀를 둔 부모님들은 스스로 죄인이 된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면서 “이들을 위한 최소한의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제너레이션17은 2020년 10월 유엔 75주년을 기념해 삼성전자가 유엔개발계획(UNDP)과 손잡고 17개의 글로벌 지속 가능 개발 목표 달성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프로젝트다. 17개 목표에 부합하는 활동을 하는 전 세계 14명의 청년들을 선발해 활동을 지원하고 알리고 있다.

최 대표는 삼성전자가 선정한 한국 대표로 17개 지속 가능 목표 중 세 번째인 ‘건강(good health)’과 네 번째인 ‘양질의 교육(quality education)’ 부문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최 대표가 설립한 두브레인이 발달 지연 아동들이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어서다.



최 대표는 “2018년부터 캄보디아에서 2년간 500명의 아이들에게 프로그램을 무상 제공하며 봉사 활동을 한 적이 있다”며 “당시 의료진과 함께라면 수백억 원이 들어갈 일을 디지털 기술을 통해 작은 스타트업도 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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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대표는 두브레인을 설립하기 전 서울대 경영학과에 재학하면서 발달 지연 아동들을 돕는 자원봉사자로 활동했다. 그는 “소위 학벌 좋고 비용도 받지 않는 선생님이다 보니 680명의 대기자가 몰리기도 했다”며 “물리적으로 다 도울 수가 없으니 5년 전 인지 치료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었는데 그게 구글스토어 3위를 하고 현재는 60만 명이 쓰는 앱이 됐다”고 소개했다. 최 대표는 당시 유엔이 주최한 도시 혁신가 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고 2018년 삼성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C랩 지원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두브레인의 성장은 저렴하고 질 좋은 인지 치료 프로그램이 그만큼 절실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최 대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치료 프로그램을 이용하려면 국내에서는 한 시간에 8만~10만 원, 미국에서는 25만 원이 든다”며 “문제는 최적의 효과를 내려면 한 주에도 수십 시간을 이용해야 해 한 달에 수천만 원의 비용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발달 지연 아동 가정의 부담을 줄이고 실제 발달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주 5시간가량 병원의 치료를 받고 나머지 시간은 앱으로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그램은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현재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과 인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등에 현지법인을 세워 프로그램을 보급 중이다. 현지의 요청에 따른 해외 진출이다. 미국에서는 FDA에서 디지털 치료제 임상을 진행 중이며 국내에서는 아산병원과 삼성병원에서 임상 실험을 하고 있다. 최 대표는 “4개국에서 11개 임상을 했다”면서 “FDA 승인이 난다면 이제 치료제 대신 우리의 프로그램을 처방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라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회사가 성장하면서 존스홉킨스대 의대 교수, 현대아산병원 교수 출신의 의료인이 전업 임직원으로 합류했다. 최 대표도 더 이상 서울대 휴학생이 아니다. 졸업 여부를 묻자 그는 “대학에서는 제적됐다”고 했다.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최 대표는 목표가 ‘달나라 병원’을 만드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발달 지연 아동의 부모님들은 항상 어두운 밤처럼 아이 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며 “고개를 들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달처럼 발달 지연 아이들과 부모들이 언제든 스마트폰만 있으면 이용할 수 있는 병원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뉴욕=김흥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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