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투자의 창] 지정학적 위기가 부른 스태그플레이션

키스 웨이드 슈로더투자신탁운용 수석 이코노미스트

키스 웨이드 슈로더투자신탁운용 수석 이코노미스트키스 웨이드 슈로더투자신탁운용 수석 이코노미스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세계경제 권력을 재편하는 분기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 급등부터 글로벌 공급망 차질을 야기하면서 인플레이션이 심화했을 뿐만 아니라 ‘에너지 지정학’ 측면에서 에너지 패권을 둘러싼 격변기를 맞이하는 중이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러시아의 해외 직접투자 주식 중 3분의 2를 전쟁에 반대하는 선진국시장(DM)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데 그중 상당수가 손실금 처리됐다. 또한 전 세계 채권 투자자들은 올 2월부터 중국 정책 은행이 발행한 위안화 표시 채권 270억 달러(약 36조 원)를 매각했다고 발표했다.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하면서 중국이 가진 지정학적 위험이 커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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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서방 국가들은 중국이 세계 무역액 1위라는 경제적 영향력을 가진 만큼 글로벌 성장을 견인하는 주요 국가임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중국의 행보를 통해 글로벌 합종연횡의 변화를 예측해볼 수 있다. 일례로 올해 중국은 러시아를 유엔인권이사회에서 축출하기 위해 실시된 표결에 반대표를 던졌다. 러시아의 석유 가격 할인율은 중국 등 특정 국가에 매력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수출 강국인 러시아의 석유 해송 수출 물량 중 절반가량을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만약 중국이 러시아에 우호적이라는 이유로 제재를 확대한다면 글로벌 성장률에 악영향을 미쳐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각 국가는 상호 이해관계를 고려해 신중하게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이제 지정학적 리스크는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의제로 떠올랐다.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올해 슈로더의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향후 12개월 동안 투자자들이 직면할 최대 위험 중 하나로 지정학적 요소가 꼽혔다. 당사 전망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는 수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이는 세계경제의 지역화를 심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세계무역의 방향은 몇 가지 경우의 수로 전망해볼 수 있다. 대안 투자처로서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은 국가들로 투자가 증가할 것이며 기업들의 재고 보유량이 현재보다 늘어날 것이다. 또한 해외 생산 기지의 국내 이전이 활발해지고 추가적인 리스크 발생 방지를 위해 생산량이 감소할 수 있다.

모두를 종합했을 때 슈로더는 전쟁의 긴장감이 세계경제 분화를 부추겨 거시적으로는 스태그플레이션 악화, 글로벌 공급망 차질 심화, 금리 상승, 변동성 심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한다.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화에 대한 정치적 리스크가 더욱 강조될 것이며 비즈니스와 투자에서 지정학적 요인은 더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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