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매파 본색 드러낸 연은 총재들…"연내 기준금리 4%로 올려야"

■美 잭슨홀 미팅 개막…'인플레 대응' 한목소리

캔자스시티 연은 "더 올릴 여지"

불러드 총재는 빠른 긴축 강조

"인플레 예상보다 길어질 수도"

비둘기파도 섣부른 기조전환 경계

美, 소비 늘고 고용지표 등 선방

경기침체보다 물가 대응 힘받아

패트릭 하커(왼쪽)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가 25일(현지 시간)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리고 있는 잭슨홀 경제 심포지엄 행사 중 CNBC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패트릭 하커(왼쪽)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가 25일(현지 시간)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리고 있는 잭슨홀 경제 심포지엄 행사 중 CNBC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5일(현지 시간) 개막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례행사인 잭슨홀 경제 심포지엄(잭슨홀미팅)에서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들이 “기준금리가 물가를 낮추기에 충분한 수준에 도달하지 않았다”며 가까운 시일에 연준이 긴축 고삐를 늦출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를 일축했다. 각 총재들이 제시한 금리 목표 등은 다르지만 시장의 예상보다 긴 시간에 걸쳐 긴축을 이어갈 것이라는 메시지에는 이견이 없었다.



행사를 주최하는 캔자스시티 연은의 에스터 조지 총재는 이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얼마나 높은 수준까지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더 올릴 여지가 있다”며 “4% 이상일 수 있다”고 답했다. 현재 연준의 기준금리 범위가 2.25~2.5%인 점을 고려하면 적어도 1.5%포인트 이상의 추가 인상이 예상된다는 의미다. 이는 연준이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제시한 내년 금리 전망 중간 값인 3.5~3.75%를 웃도는 수준이기도 하다.

전통적 ‘매파’인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더욱 빠른 긴축을 강조했다. 조지 총재가 시점을 제시하지 않은 것과 달리 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연준이 연내에 재빨리 기준금리를 3.75~4.00% 범위로 올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특히 “뒤늦게 올리는 것보다 이른 시일 내에 올리는 편(front loading)을 선호한다”며 9월 0.75%포인트 인상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불러드 총재는 물가가 쉽게 떨어지지 않을 수 있다면서 이 경우 연준은 투자자들의 예상보다 강력한 금리 인상 행보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월가의 다수가 예상하는 것보다 더 길게 이어질 수 있다”며 “지금 시장은 인플레이션에 대해 과소평가하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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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파’로 알려진 인사들도 섣부른 기조 전환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금리를 3.4% 이상으로 올린 뒤 한동안 그 수준에 머무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이후 데이터에 따라 더 올릴 수 있다”는 온건한 입장을 내보였다. 다만 그 역시 “올렸다 바로 내려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급격한 기조 전환 기대를 경계했다. 하커 총재는 또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6월 대비 둔화한 것과 관련해서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희미한 희망이 있지만 말 그대로 희미하다”며 “연준의 일은 결코 끝나지 않았고 인플레이션을 통제할 수 있도록 금리 인상을 계속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현재 금리 수준은 경제 활동을 둔화시키는 정도가 아니다”라며 “중립금리는 3%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중립금리는 경기를 부양하지도, 위축시키지도 않는 수준의 기준 금리를 말하는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7월 FOMC에서 기준금리가 중립 수준에 도달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 보스틱 총재의 발언은 그가 더 높은 수준의 금리 인상을 지지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연은 총재들이 작정이나 한 듯이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을 강조하고 나선 데 대해 데이비드 메리클 골드만삭스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곧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춘다고 인식하면 시장은 지출이나 투자, 고용 시기를 늦추는 방식으로 대응해 자금 조달 비용을 높이는 효과를 갉아먹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공개된 미국 2분기 국내총생산(GDP)과 고용 관련 데이터도 경기 부담보다 물가 쪽으로 무게중심을 두게 만든 요인이다. 앞서 미 상무부 경제분석국은 2분기 미국 GDP 잠정치가 속보치(-0.9%)보다 개선된 -0.6%라고 수정 발표했다. 여전히 마이너스 성장이지만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 지출이 늘어나면서 경착륙 우려를 던 것이 연은 총재들의 ‘매파’ 발언을 부추긴 셈이다. 이날 미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24만 3000건으로 시장 예상치인 25만 5000건 보다 1만 2000건이 더 적었다. 신규 실업수당 청구가 적다는 것은 기업의 해고 등 근로자가 불가피하게 일자리를 잃고 실업에 빠지는 경우가 적다는 의미다. 베스트셀러 ‘넛지’의 저자이자 2017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세일러 시카고대 석좌교수는 “미국 경제에서 보이는 것은 기록적으로 낮은 실업률과 넘쳐나는 일자리”라며 “경제 성장이 물가 상승세보다 더뎌 실질 GDP가 떨어지는 것일 뿐 경기 침체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다만 인플레이션과 관련해서는 “중국의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빨리 종식되기를 바란다. 그러면 가격이 하락할 수 있을 것”이라며 물가 상승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뉴욕=김흥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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