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헬스케어 섹터는 주식시장이 불안정할 때 효과적인 피난처로 여겨졌다. 병원·제약·의료기기 등 헬스케어 관련 기업들은 경제 환경과 큰 관계없이 꾸준한 소비 수요의 혜택을 받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6월 말 기준 MSCI 월드인덱스는 20.5% 하락한 반면 MSCI 월드헬스케어인덱스는 10.3%만 하락했다. 시야를 2000년 이후로 넓혀 봐도 헬스케어 섹터는 증시가 하락할 때 시장 대비 우수한 성과를 나타냈다. 올해 하반기에도 헬스케어 섹터의 방어적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를 위해 투자자들은 무엇에 주목해야 할까.
역사적으로 헬스케어 섹터의 방어적 성격은 변함이 없었지만 섹터를 구성하는 기업은 지속적으로 변화해왔다. 예를 들어 2000년 헬스케어 섹터의 약 80%를 차지했던 제약 회사의 비중은 2021년 말 38%로 줄었으나 같은 기간 바이오테크, 의료기기 및 비품 기업의 비중은 3배가량 증가했다. 이와 같은 변화는 시장의 흐름이 섹터의 단기 성과에 미치는 방식을 크게 바꿔 놓았지만 동시에 액티브 투자자들이 발굴할 수 있는 기회도 늘어나게 됐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변동성을 견딜 힘이 있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구분하기 위해서는 헬스케어 기업에 대한 실적 기반의 접근법이 필수적이다. 바이오테크 기업들의 경우 투자자들이 신약이나 임상 실험 성공으로 기업의 성장 전망을 평가하기 때문에 수익률의 변동성이 높다. 헬스케어 데이터 기업인 바이오메드트래커에 따르면 신규 의약품의 절반만이 2차 임상 실험에 진입하고 8%만이 완전한 규제 승인을 받기 때문이다. 한편 일부 바이오테크 기업들은 신약 개발뿐만 아니라 안정성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추가적으로 확보하는 경우도 있다.
즉 헬스케어 투자에 있어 장기적인 성장성을 판단하려면 과학기술이나 의학적 혁신에 대한 예측보다는 비즈니스 모델 자체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본다. 투자자의 성과는 막연한 예측과 추측이 아닌 면밀한 리서치와 분석에서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자본이익률이 높고, 재투자 가능성이 높으면서도, 합리적인 주가가 형성돼 있는, 다시 말해 펀더멘털이 우수한 헬스케어 기업의 발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올 하반기 주식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경기 침체의 우려로 인해 계속되는 도전을 마주할 것이다. 현재와 비슷한 시장 변동성이 지속될 경우 하락 방어주가 도움이 될 수 있는데 역사적으로 신뢰할 만한 방어주 역할을 해 온 헬스케어가 여기에 포함된다고 본다. 헬스케어 섹터가 20년 전과 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이다. 펀더멘털이 우수한 헬스케어 기업에 선별적으로 접근한다면 어려운 상황에서도 시장 변동성을 견디고 장기적인 수익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