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 달 넘게 비어 있던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김태현(사진)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임명됐다고 보건복지부가 1일 밝혔다. 연금공단 이사장은 공단 임원추천위원회와 복지부 장관 제청을 거쳐 대통령 재가를 받아 임명된다. 김 신임 이사장은 2일 취임식을 열고 곧바로 업무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고시 35회 출신의 김 이사장은 재정경제부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해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과 사무처장을 지낸 정통 금융 관료다. 금융위 사무처장을 지낸 뒤 지난해 10월부터 예보 사장을 맡아 연금공단 이사장 후보로는 거의 거론되지 않았으나 공단 이사장 공모 절차가 시작되면서 유력 후보로 급부상했다. 또 다른 후보로 나섰던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고배를 마셨다.
관가에서는 이번 임명과 관련해 김 이사장이 국민연금 개혁의 숙제를 맡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금융 관료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연금 재정 건전화 문제를 풀어낼 적임자로 발탁됐다는 해석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전임인 김용진 이사장에 이어 김태현 이사장까지 범기획재정부 인사들이 두 번 연속 공단 수장 자리를 차지하면서 학자 또는 복지부 장관 출신들이 자리를 물려받던 구도가 깨진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연금 개혁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번 임명은 공모가 마감된 지난달 10일 이후 약 1주일 만에 최종 후보 선정이 이뤄졌고 이후 전광석화처럼 최종 임명까지 마무리됐다. 현재 연금공단 주무 부처인 복지부 장관이 공석인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유례없는 빠른 인선이라는 게 관가의 해석이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연이어 낙마하고 다른 예비 후보자들도 대부분 장관직을 고사하고 있는 상태에서 공단 이사장 자리라도 빨리 채워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연금·노동·교육 개혁을 새 정부의 핵심 과제로 내세워 ‘속도전’을 주문했다. 복지부도 지난달 말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을 시행하는 ‘국민연금 재정추계 전문위원회’ 구성을 완료했다.
경기 침체 우려 속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국민연금 수익률도 김 이사장이 풀어야 할 숙제다. 올해 상반기 기준 국민연금 운용 수익률은 -8.00%를 기록했다.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조짐에 따라 주식과 채권이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 행진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게 국민연금의 고민이다.
물론 국민연금기금 운용은 김 이사장이 직접 관여하는 업무가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운용 성적이 낙제점을 낼 경우 연금 개혁 전반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