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혹한기'를 앞두고 삼성전자(005930)의 신용등급이 전격 상향 조정돼 업계와 시장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선도적인 시장 지위와 108조 원에 달하는 순현금 등 안정적 재무지표 등이 부각된 덕분이다. 경쟁사인 대만 TSMC, 미국 인텔 등은 기존 신용도를 유지하는데 그쳐 대조를 보였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1일 삼성전자의 신용등급을 기존 'Aa3'에서 'Aa2'로 한 단계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무디스의 신용등급 평가에서 Aaa, Aa1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등급으로 한국의 국가 신용도와 같은 수준이다.
무디스는 앞서 지난 7월 경쟁사인 TSMC 신용도를 'Aa3'로 기존과 같이 유지한 바 있다. 당시 무디스는 TSMC에 대해 "지속적으로 기술 개발 자금을 조달하고 기존 및 신규 고객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상당한 자본 지출을 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텔 역시 'A1'으로 기존 신용도를 방어하는데 그쳤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은 올 해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 경기 침체로 반도체 수요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탓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8월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7.8%로 2020년 4월(-14.9%)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 등도 내년 상반기까지 반도체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무디스는 그러나 삼성전자가 업황 변동성에도 잉여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등 우수한 시장 입지를 차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리아 취엔(Gloria Tsuen) 무디스 부사장 겸 선임연구원은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디스플레이 패널, 모바일 및 가전 등 다수 부문에서 우수한 시장지위를 보유한 점을 반영했다"며 "업황 변동성에도 잉여현금흐름을 창출하는 등 우수한 재무적 완충력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기준 108조 원의 순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영업이익은 28조2185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21조9496억 원 대비 28.6%(6조2688억 원) 증가했다.
다만 업황 불황으로 단기적인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봤다. 글로리아 부사장은 "내년까지 삼성전자의 연간 조정 영업이익은 45조~50조 원으로 지난해 52조 원 대비 감소할 것"이라며 "그러나 올해 잉여현금흐름이 소폭 마이너스를 기록한 후 2024년까지 상당한 규모의 잉여 현금흐름을 창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