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내 노동 공급이 빠르게 줄어들면서 임금 상승 압력이 커지고 경기가 경착륙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등 논란이 커지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빈일자리가 상대적으로 크게 늘어나지 않아 미국과 같은 경기 논쟁 여지가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왔다.
5일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분석팀은 ‘베버리지 곡선을 통한 노동시장 평가: 미국과의 비교를 중심으로’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베버리지 곡선은 세로축에 빈일자리율(노동 수요), 가로축에 실업률(노동 공급) 두고 노동수급 상황이나 노동시장 매칭 효율성 등을 동시에 측정하는 방법이다.
베버리지 곡선은 노동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발생하면 곡선 자체가 이동하는데 최근 미국은 바깥쪽으로 우리나라는 안쪽으로 이동했다. 바깥으로 이동한 것은 매칭 효율성이 악화됐다는 것이고, 반대로 안쪽으로 가면 개선됐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연구진은 한미 양국 간 차이가 노동 공급 변화에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노동 공급이 빠르게 회복된 반면 미국은 자발적 퇴직 증가, 이민 감소, 실업급여 확대 등 대규모 재정 지원으로 인한 노동 공급 부족 문제에 직면한 상태다.
경제 활동 참가율도 우리나라는 감염병이 크게 확산한 시기를 제외하면 팬데믹 이전 수준을 꾸준히 상회했다. 반면 미국은 팬데믹 초기 경제 활동 참가율이 큰 폭 하락한 이후 여전히 팬데믹 이전 수준을 하회했다. 기업의 구인 성공률을 보더라도 우리나라는 노동 공급이 충분하게 이뤄졌지만 미국은 일시적 상승 이후 팬데믹 이전보다 낮은 상태다. 기업의 구인 성공률은 기업이 빈일자리를 얼마나 쉽게 채울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국내 노동시장은 노동 공급이 풍부해 구인 성공률이 오르면서 지난 2년 동안 임금 상승 압력을 완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최근 구인 성공률이 팬데믹 이전 수준을 밑돌면서 향후 임금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노동 공급이 부족해 임금 상승 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 중이다.
또 미국은 빈일자리가 전례 없이 큰 폭으로 쌓이면서 경기 논쟁이 이뤄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은 금리 인상을 통해 노동 수요가 줄어들더라도 실업률은 큰 변화 없이 빈일자리만 감소할 것으로 기대하는 반면 올리비에 블랑샤르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이코노미스트 등 일부는 실업률 상승 없이 빈일자리만 감소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연구진은 국내 노동시장의 경우 정점을 지나면서 빈일자리가 줄어들고 실업률이 자연실업률 수준으로 점차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