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침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상반기 미국 경제가 2분기 연속 역성장을 기록하면서 기술적 침체에 돌입했고 주요국의 경제 전망이 빠르게 나빠지면서 올 하반기 또는 내년 상반기 중에 글로벌 경기가 침체기에 진입할 것이라는 주장이 강화되고 있다. 중앙은행이 높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긴축을 과도하게 진행하며 소비 둔화, 투자 지연, 자산 가격 하락 등에 따라 글로벌 교역량도 위축된다는 것이 주요 논거다.
주요 경제권역에서 일정 수준의 경기 둔화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데는 큰 이견이 없다. 하지만 둔화의 정도에 대한 전망은 상당히 엇갈리고 있다. 낙관적인 시각에서는 경기가 침체 수준까지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며 둔화되더라도 단기간에 회복될 가능성이 높고 그 폭도 깊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존재한다. 반면 비관적인 전망으로는 하반기부터 상당 기간 전방위적인 경기 침체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최근까지의 상황을 보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과 우리나라는 하반기 중에 최소 한 분기는 역성장이 불가피해 보인다. 상반기에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소비가 크게 반등하며 예상보다 성장률이 호조를 보인 점도 하반기에 대한 부담을 높이는 이유다.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 전략에 따라 천연가스 가격은 국제 유가 조정과는 달리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중국 경제의 회복세도 예상보다 약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경기 흐름도 이번 긴축 사이클에서 연착륙보다는 결국 경착륙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전망도 유효하다.
하지만 아직까지 미국 경기는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판정하는 침체까지 진행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 NBER 경기순환위원회는 미국 경기의 정점과 저점 등을 판정하는데 개인소득·고용·소비지출·도소매판매·산업생산 등을 고려하고 있다. 이때 경기 침체는 경기 전반에 걸쳐 몇 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제활동의 상당한 감소로 정의되며 세부적으로 여섯 가지 월간 지표와 두 가지 분기 지표를 활용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하게 활용되는 지표는 실질 개인소득과 비농업 취업자 수다. 이를 비롯한 여섯 가지 월간 지표의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높으며 국내총생산(GDP)과 국민총소득(GNI)은 분기 지표로서 민감도가 다소 떨어진다. 최근 감소하고 있는 지표들은 가계조사 고용, 제조업, 도소매판매, 실질 국내총생산 세 가지에 불과해 전방위적인 경기 침체 상황과는 거리가 있다. 앞으로의 경기 둔화 수준을 가늠할 때는 고용지표와 공급관리자협회(ISM)서베이지수, 주택 시장 지표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결국 미국 경기가 상반기 기술적인 침체 이후 예상보다는 빠르게 악화되지 않는 가운데 이에 엇갈리는 유로존 경기 부진, 중국 경기의 회복 지연과 금리 인하, 에너지 가격 차별화 흐름 등으로 인해 달러화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기 침체가 뚜렷하지 않다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전환도 단시일 내 이뤄지기는 어렵다. 내년 상반기까지 연준의 피벗(태세 변환)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