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을 기점으로 미국의 고위 당국자들은 중국에 대해 적대적인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하기 시작했다. 당시 국무장관이던 마이크 폼페이오는 중국과의 외교관계를 정상화시킨 리처드 닉슨 대통령 기념관 연설에서 중국을 ‘프랑켄슈타인(괴물)’에 비유했고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시킨 것은 잘못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후 미국은 중국에 대한 신냉전과 디커플링(경제 분리)을 공론화하면서 수출통제 체제를 강화했다. 25% 추가 관세에다 미국에 대한 중국의 투자 심사 강화, 화웨이의 멍완저우 최고재무책임자(CFO) 체포(캐나다), 휴스턴 중국 영사관 폐쇄, 인적 교류 제한, 홍콩 통제법에 대한 제재, 신장 위구르인 인권 탄압에 대한 수출통제 등 수많은 조치를 발동했다. 이 조치들은 포괄적 수출통제 차원에서 관리됐다.
자연스레 중국 위협론이 널리 확산됐다. 미국 국민의 절대다수가 중국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는 퓨연구소의 조사 결과가 발표됐고 미 의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정책을 지지했다. 이러한 정치적 환경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정책은 조 바이든 행정부로 전수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정책을 부처별로 대응하기보다 관련 부처가 합동으로 대응해야 하고 보다 실효성 있는 조치를 발동할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지난해 중반 이후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에 대한 디커플링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중국이 비대칭 디커플링(asymmetric decoupling)을 추구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2020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의 견제에 대응하기 위해 제시한 쌍순환(雙循環) 정책에 대한 미국의 해석으로 짐작된다. 비대칭 디커플링은 중국이 세계에 대한 의존성을 줄이고 중국에 대한 세계의 의존성을 비대칭적으로 높이는 것을 말한다.
중국발 지정학적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비대칭 디커플링 비판의 배경이다. 중국은 무역 등에서 자국에 대한 의존성을 무기화할 수 있고 정치외교적 영향력을 전 세계로 확산시키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미국은 특히 반도체와 전기차·희토류 등 첨단산업은 물론이고 일반 상품에 대해서도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내 공급망 구축을 우선하되 생산단가 등으로 국내 생산이 어려운 경우 우방국으로 조달선을 변경하는 프렌드쇼어링을 추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을 디커플링하지 않는다고 공식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인플레이션 압력 탓이다. 지난해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는 시점에 인플레이션 압력이 폭증했다. 지난해 중반 물가 상승률이 5%를 넘어섰고 물류난이 겹치면서 물가 인상 압력이 오히려 가중됐다. 중국에 대한 트럼프 관세도 부분적으로 철폐하기도 했지만 올해 6월 인플레이션 수준이 9%를 넘기도 했다. 냉전 시절 소련은 서방세계와 경제적으로 분리돼 있었지만 현재 중국은 세계 모든 국가와 깊은 무역 관계를 형성하고 있어 중국과의 경제 단절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도 고려됐다.
2022년 8월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와 과학 법’ 및 ‘인플레이션감축법’에 서명했다. 전기차 보조금 문제로 국내에서는 인플레이션감축법에 대한 논란이 많지만 이 두 개 법에 미국은 수출통제와 디커플링 조치를 반영했다. 우려 외국집단(foreign entity of concern)을 통해 수출통제를 공식화했고 반도체와 전기차 및 배터리 공급망에 중국을 배제하는 규정을 포함시켰다.
인플레이션을 잡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하므로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바이든 행정부는 공식적으로 디커플링이라는 용어 사용을 의도적으로 기피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것이고 디커플링을 여전히 추진하고 있다. 특히 전략산업에 대해서는 철저한 단절을 추구하고 있다.
미국이 우방국의 전기차에 대해 엄격한 보조금 요건을 적용하는 것은 안타깝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수출통제와 디커플링 기조에서 보면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측면도 있다. 앞으로 이러한 규정을 포함한 법과 조치가 늘어날 것이므로 우리 정책 당국과 기업들은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