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내각 꾸리는 英… ‘탑4’에 처음으로 백인남성 없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6일(현지 시간) 취임 후 주요 내각 인사를 단행했다. 예상대로 측근 및 선거 중 지지 세력들에게 중직을 맡긴 가운데 영국 역사상 최초로 총리·재무·외무·내무 장관 등 4대 요직에 '백인 남성'이 없는 정부가 탄생해 주목을 받고 있다.

트러스 내각의 초대 재무장관에는 보리스 존슨 전임 총리 내각에서 산업부 장관이던 쿼지 콰텡이 임명됐다. 아프리카 가나 이민 2세인 그는 명문 사립 이튼과 케임브리지대를 거쳐 금융 분야에서 일해온 재원이다. BBC는 그가 “트러스 총리의 오랜 우방이자 정치적 소울메이트”라면서 앞으로 영국의 에너지 위기 대응을 주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트러스 총리의 뒤를 잇는 외무장관은 제임스 클레벌리 전 교육장관이 맡게 됐다.시에라리온-영국 혼혈인 클레벌리 장관은 어린 시절 피부색으로 괴롭힘당한 경험을 털어놓고,보수당이 흑인 유권자 표심을 잡기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또한 그는 군 복무 경력이 있으며 외무부에서 중동·북아프리카, 유럽·북미 담당 차관을 지냈다.

내무부 장관에는 당대표 경선에 나섰던 수엘라 브레이버먼 법무상이 임명됐다. 브레이버먼 법무상은 경선 탈락 직후 트러스 총리에 대한 전폭적 지지를 선언했다. 그는 영국의 두 번째 소수 인종 출신 여성 장관이기도 한데, 다른 한 명은 그의 전임자인 프리티 파텔이다. 이로써 이민자 부모를 둔 여성 정치인이 연속으로 영국의 이민정책을 이끄는 내무장관직을 맡게 됐다.

트러스 총리의 오랜 정치적 동지인 테리즈 코피는 부총리 겸 보건복지부 장관을 맡는다. 경선에서 거의 마지막까지 경쟁한 페니 모돈트는 하원 원내 대표가 됐다. 보수당에서 여성이 원내대표를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경쟁자인 리시 수낵 전 재무부 장관 측에 섰던 도미닉 라브 법무부 장관, 그랜트 셉스 교통부 장관 등은 모두 신임 내각에서 빠졌다. 이에 BBC는 “수낵 지지자들 중 눈에 띄는 요직을 맡은 사람이 거의 없다. 완전한 숙청 수준”이라면서 자신의 청사진대로 내각을 꾸리려는 트러스 총리의 열망과 충성심에 대한 요구가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사태 대응으로 호평을 받은 벤 월리스 국방부 장관은 유일하게 같은 자리를 지키게 됐고, 존슨 전 총리의 열렬한 지지자인 나딘 도리스 문화부 장관은 입각 제안을 거절했다.



역대 세 번째 여성 총리인 트러스의 내각은 몇 십년 전까지 백인 남성 일색이었던 영국 정치계에서 역사상 가장 다양성을 키운 정부라는 평가를 받는다. 야당인 노동당에 비해 인종차별 및 여성·이슬람 혐오 등의 논란에 많이 휘말려온 보수당이 최근 몇 년 간 선거 때마다 더 다양한 인물을 후보로 영입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이 외신의 분석이다.

싱크탱크 '브리티시 퓨처'의 선더 캣왈라 대표는 "정치가 속도 조절을 했다"며 "우리는 이제 이 다양성을 정상으로 취급한다. 변화의 속도는 비범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기업과 사법부, 공직, 군대 등의 상위 요직은 여전히 백인이 우세하며, 보수당 내 여성 의원 비중은 4분의 1에 그치고 소수민족 출신은 6%에 불과하다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BBC에 따르면 현재까지 채워진 트러스 내각 역시 전체 31명 중 백인 남성이 절반 이상이며 여성은 10명, 유색인종은 7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