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D’라는 글자를 보면 대부분은 아마 영문 알파벳으로 이해할 것이다. 곡물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은 다르다. 그들은 글로벌 곡물 시장을 장악한 4개 메이저 기업을 지칭하는 단어라는 것을 안다. ABCD는 아처대니얼스미들랜드(Archer Daniels Midland)·번지(Bunge)·카길(Cargill)·루이드레퓌스(Louis Dreyfus)를 지칭한다. 이들은 최종 소비자가 먹는 식품의 원료를 다루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떨어진다. 맛있는 빵의 이름은 알아도 빵의 재료인 밀가루를 누가 생산하고 유통하는지에 대해 최종 소비자는 별로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4개 메이저가 곡물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대단하다. 이들은 글로벌 곡물 교역량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대두·옥수수·밀 등 주요 곡물은 90% 이상 장악했다. 유통 시장뿐 아니라 곡물 연구와 종자 개발에서 생산·저장·수송·가공·판매에 이르기까지 사람이 먹기 전까지의 모든 과정을 손아귀에 넣었다. ABCD가 시장을 과점한 배경으로 생산자로부터 곡물을 사들인 뒤 건조·저장·운송하는 시설인 곡물 엘리베이터가 거론된다. 메이저 기업들은 전 세계 항구에 있는 다수의 곡물 엘리베이터를 확보한 채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하고 있다. 신규 시장 참여자가 이 진입 장벽을 돌파하기는 매우 어렵다. ABCD 중에서도 제일 큰 기업은 미국의 카길이다. 글로벌 곡물 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다. 카길의 2022 회계연도(2021년 6월~2022년 5월) 매출은 1650억 달러(약 220조 원)로 지난해보다 23% 증가했다. 나머지 메이저 기업들의 실적도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곡물 가격이 급등한 뒤 많이 좋아졌다.
ABCD가 글로벌 곡물 공급망 혼란과 식량난을 틈타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많은 사람이 기아에 허덕이고 있는데 ABCD가 기록적인 이익을 취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들에게 ‘횡재세’를 부과해야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식량 안보 시대를 맞고 있다. 우리의 식량 자급률은 20%가량에 불과하다. 식량 자급률을 올리고 해외 식량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