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남구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소방·군 관계자들이 실종된 주민 1명을 추가로 구조하고 있다. /연합뉴스"너라도 살아야 한다", "엄마, 그간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태풍 ‘힌남노’로 인해 포항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이 순식간에 침수되며 빠져나올 수 없는 상황이 되자 50대 엄마와 중학생 아들이 나눈 마지막 대화다. 엄마는 극적으로 생환했지만 아들은 끝내 시신으로 돌아왔다.
7일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숨진 김 모 군(15)은 전날 태풍 힌남노로 인한 기록적 폭우로 지하 주차장이 침수할 당시 몸이 아픈 어머니 김 모 씨(52)를 돕기 위해 주차장에 같이 갔다. 김 씨는 평소 어깨가 불편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도에 따르면 물이 차오르며 주차장이 침수되자 어머니 김 씨는 "너만이라도 살아야 한다"며 지하 주차장에 있던 다른 주민들과 함께 아들을 내보냈다. 자신은 어깨가 불편하고 수영을 못해 다른 사람들에게 부담이 될까 염려스러워서였다.
김 군은 어머니에게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한 뒤 사라졌다. 이것이 이들 모자가 나눈 마지막 대화였다고 한다.
어머니 김 씨는 실종 신고 약 14시간 만인 6일 오후 9시 41분쯤 의식이 있는 상태로 구조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당시 김 씨는 구조되자마자 아들의 생사를 물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아들은 끝내 어머니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김 군은 지하 주차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 군 아버지는 "집사람이라도 살아서 다행"이라며 "아내가 정신적으로 불안한 상태로, 매우 힘들어하고 있다"고 국민일보에 말했다. 유족들은 아직 어머니 김 씨에게 아들의 소식을 제대로 전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부에 따르면 지하 주차장에 있던 차량 침수를 피하기 위해 안전한 곳으로 이동 주차하려던 주민들이 갑자기 들어찬 물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연락이 두절됐다.
실종자는 모두 9명으로 13시간여 만에 극적으로 구조된 어머니 김 씨와 30대 남성 등 주민 2명을 제외한 7명은 모두 사망 상태로 발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