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숨진 중학생. 차 갇힌 어머니 탈출시켜"…아들의 마지막 모습

김군, 어머니 설득에 탈출했으나 끝내 숨져

모친, 14시간 만에 소방에 발견돼 극적 구조

소방 대원들이 지난 7일 오후 2명이 구조되고 7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된 경북 포항시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내부에서 구조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소방 대원들이 지난 7일 오후 2명이 구조되고 7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된 경북 포항시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내부에서 구조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포항시 남구 아파트 지하 주차장 침수 현장에서 극적으로 생환한 50대 모친은 태풍 '힌남노'가 빼앗아간 15살 아들의 마지막 모습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사고로 숨진 중학생 아들은 당시 차에 갇혔던 어머니를 빼낸 것으로 나타났다. 어머니는 힘이 빠져 주차장을 빠져나갈 수 없게되자 “너라도 살아야 한다”며 아들을 밖으로 내보냈으나 그 모습은 아들의 마지막 모습이 되었다.



8일 숨진 김 모 군의 유가족은 “사랑한다는 말까지 했다고 해요. 아들이… 엄마는 그냥 듣고, 방법이 없잖아, 너무 힘드니까”라고 전했다. 모친 김 모(52)씨는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생사의 기로에서 ‘사랑한다’고 말하는 아들에게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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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당일 김 군은 태풍이 온다는 소식에 차를 빼러 나간 모친 김 모 씨를 뒤따라 지하주차장으로 향했다. 차에 타고 있지 않았던 김 군은 급격히 불어난 물에 차 문을 열지 못하는 어머니를 발견해 운전석 문을 열고 어머니의 탈출을 도왔다. 그 사이 지하 주차장 수위는 가슴까지 차올랐고 체력이 떨어진 어머니 김 씨는 밖으로 나가기 어렵다고 판단해 “너만이라도 살아야 한다”며 아들을 설득해 밖으로 내보냈다고 한다.

아들이 출구 쪽으로 사라진 뒤 홀로 사투를 벌인 김 씨는 지하 주차장에 갇힌 지 14시간만인 오후 9시 41분께 소방 수색 대원들에 의해 구조됐다. 김 씨는 극적으로 구조됐지만 안타깝게도 아들인 김 군은 3시간 여 뒤인 8일 오전 0시 35분께 지하 주차장 뒤편 계단 인근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병원으로 옮겨진 김 씨는 아들이 없다는 사실에 큰 충격에 빠졌다고 전해진다. 포항시청의 한 공무원은 “모친 김씨가 지금도 ‘내가 왜 여기에 있냐, 내 아들은 어딨느냐’라며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안타까워했다.


박신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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