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테슬라 등 개별 주식의 상승과 하락에 투자하는 단일종목(Single stock) 상장지수펀드(ETF)가 미국 증시에서 쏟아지고 있다. 한국도 최근 관련 규정이 바뀌며 단일종목 ETF의 출시가 가능해졌고 자산운용사들이 시장 선점을 위한 출시 경쟁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단일종목 ETF가 개별 주식보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할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지만 그만큼 투자 위험도 크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8일 뉴욕 증시에서는 아마존과 구글·마이크로소프트 주가의 개별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단일종목 ETF 6종이 거래를 시작했다. 미국의 자산운용사 디렉시온이 출시한 상품들은 아마존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의 하루 수익률을 1.5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 3종과 해당 개별주식들의 하락(-1배)에 추종하는 인버스 3종으로 구성됐다. 디렉시온은 8월에도 애플과 테슬라의 주가가 오르면 각각 1.5배의 수익을 내는 레버리지 ETF 2종과 반대로 주가가 내릴 경우 수익을 얻는 인버스 ETF 2종 등 총 4종을 출시한 바 있다. 뉴욕 증시에서는 7월 14일 처음으로 테슬라와 엔비디아·페이팔·나이키·화이자 등의 하루 수익률을 -2배에서 2배까지 추종하는 단일 종목 ETF 8종이 상장됐으며 이후 그래니트셰어즈도 애플·테슬라·코인베이스의 하루 수익률을 -1배~1.75배로 추종하는 4종의 ETF를 냈다. 첫 출시 이후 불과 두 달 만에 싱글스탁 ETF가 22종이나 상장된 셈이다.
끝이 아니다. 외신 등에 따르면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는 단일종목에 기반하는 이른바 ‘싱글스탁 ETF’에 관한 증권신고서가 잇따라 제출되고 있다. 디렉시온은 미국의 에너지기업인 엑손모빌·셰브론·코노코필립스·EOG리소시스 등 4개 기업에 대해 인버스(-1배)·레버리지(1.5배) ETF를 출시하겠다고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중순에는 라운드힐 파이낸셜이 미국 투자자들에게는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해외주식인 삼성전자와 사우디아람코의 실적을 추종하는 단일종목 ETF를 내겠다고 증권신고서를 냈다. 전문가들은 별다른 이슈가 없을 경우 이 같은 ETF가 이르면 3분기, 늦어도 4분기 중에는 상장 완료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미국 월가는 적어도 37개 종목에 대한 85종 이상의 ETF 출시를 계획하고 있으며, 속도 등을 볼 때 올해 중 60~80개 정도는 상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증시에서 단일종목 ETF가 대세로 자리 잡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출시 경쟁에 불이 붙을 전망이다. 기존 혼합형 ETF의 경우 주식·채권 등 각 자산별로 최소 10종목을 담는 게 규정이었지만 앞으로는 자산 유형 구분 없이 주식·채권을 합쳐 총 10종목만 채우면 되도록 규제가 완화되면서 단일 주식의 가격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는 ETF 출시가 가능해진 것이다. 실제 국내 자산운용업계는 삼성전자나 테슬라, 애플 등 단일 주식 30%를 담고 나머지 비중은 채권으로 채운 ‘싱글스탁’ ETF를 출시할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같은 단일종목 ETF의 투자 효용성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의견이 갈린다. 우선 공격적이고 변동성을 즐기는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매력적인 투자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테슬라나 애플 등 메이저 기업들의 변동성이 커지는 경우 레버리지·인버스 ETF 등을 활용해 단기 투자를 해볼 만하다는 설명이다. 기관과 달리 개인 투자자들은 개별주식 공매도 등 하락 베팅이 쉽지 않다는 측면에서 이 같은 단일종목 ETF가 다양한 투자 수단을 제공해준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만 높은 기대 수익률만큼이나 손실 위험도 커진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특히 레버리지 상품의 경우 매일의 수익률을 반영하기에 ‘음(-)의 복리효과’ 등으로 장기 투자 시 오히려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특히 인버스 ETF의 경우 공매도 등 복잡한 절차를 통해서만 가능했던 ‘하락 베팅’을 할 수 있는 상품이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며 “방향성만 맞는다면 단숨에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지만 변동성을 극대화한 만큼 상장폐지까지 갈 수도 있는 상품이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