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尹 “협치” 95번·李 “통합” 284번 외쳤지만…상생은 어려워졌다 [대통령실 1층]

대선 기간 협치·통합 수백 번 외친 尹·李

李 거대야당 수장되자 檢 수사의 칼 겨냥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 내세워 반격나서

민생법안 달린 정기국회 정면충돌 구도로

檢 과잉충성이 국회 대결로 내몬다 비판도

윤석열(오른쪽)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연합뉴스윤석열(오른쪽)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연합뉴스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부르고 있다. 지난 1일 검찰은 6일까지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검찰에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이 대표가 지난달 28일 입법을 좌우할 169석의 거대야당의 수장이 된 지 나흘 만이다. 이 대표는 검찰 출석 거부하면서 윤 대통령의 부인을 겨냥한 ‘김건희 특별법’으로 응수했다. “빠른 시일 내에 만나자”고 했던 윤석열 대통령과 이 대표의 협치 제안은 말로 끝날 분위기다. 앞으로 거대야당과 윤석열정부의 정면충돌만 남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대선 유세 때 尹 ‘협치’ 95번 말해
李는 ‘통합’ 284번 “반드시 갈 길”


서울경제가 올해 2월 15일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뒤 선거 유세 발언을 전수 조사 결과 윤 대통령은 대선 승리 전까지는 집권 후에 협치하겠다는 마음이 있어 보인다. 적어도 발언만 보면 그렇다. 성남시에서 한 유세에서 윤 대통령은 “여당과 야당은 상식 선에서 서로 협치하면서 가야 한다”, 구미시에서는 “우리 국민의힘이 집권여당이 되더라도 건전하고 상식적인 협치를 이루고 국민통합을 이뤄야 (한다)”, 공주 유세에서는 “민주당에 양식있고 훌륭한 정치인들과 멋지게 협치해서 국민통합 이루고 경제 번영을 이루어 내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대선 유세 연설에서 ‘협치’라는 단어를 95번 강조했다.

이 대표는 역시 여야가 국민행복과 국가 발전을 위해 한 마음으로 뭉쳐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협치 대신 통합이라는 말로 강조했다. ‘통합의 정부’ ‘통합의 대통령’ ‘국민 통합’ ‘통합된 나라’, 통합만 284번 외쳤다. 이 대표는 대전 유세에서 “증오와 분열을 부추기고 편을 갈라 나의 정치적 이익을 획득하는 극우 포퓰리즘을 추종하지 않고 통합된 나라를 만드는 국민통합 대통령이 되겠다”고 역설했다.

대선 다음 날인 3월 11일 서울 한 아파트 단지 앞에 내걸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메시지./연합뉴스대선 다음 날인 3월 11일 서울 한 아파트 단지 앞에 내걸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메시지./연합뉴스


李 당 대표 오르자 尹과 ‘예고된 충돌’
檢 출석통보·李는 ‘김건희 특검’ 맞불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법률위원장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관련 수사 촉구하는 브리핑을 하고 있다./성형주 기자김승원 더불어민주당 법률위원장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관련 수사 촉구하는 브리핑을 하고 있다./성형주 기자



위정자들이 대선 기간 수백번 외친 협치와 통합은 역시 말에 그쳤다. 윤 대통령은 30일 취임을 축하하기 위해 국회를 예방한 이진복 정무수석을 통해 이 대표와 통화하고는 “빠른 시간 내에 만날 자리를 만들어 보자”고 말했다. 두 사람은 이날 대화에서 "민생법안의 입법과 관련해 서로 협조해서 국민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하자"는 말을 나눴고, 이 대표는 “윤 대통령께서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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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검찰은 이틀 뒤인 1일 이 대표에게 백현동·대장동 개발 관련 허위사실 공표 혐의 등으로 6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할 것을 통보했다. 검찰은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국토부의 협박으로 토지 용도를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 대표의 지난해 국정감사(국감) 발언 등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검찰에서 날아든 통지는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상생 모드를 단 이틀 만에 사생결단 모드로 바꿨다. 민주당은 칼날을 윤 대통령의 부인인 김 여사에게 겨누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살아있는 권력일수록 더 엄격하고 더 공정하게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며 “우리 민주당은 어제(5일) 김 여사의 ‘주가조작’과 ‘허위경력(기재)’에 대한 국민적 의혹 해소를 위해 특검을 추진하기로 결의했다”며 말했다. 동시에 대선 기간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에 대해 허위사실을 공표했다고 주장하며 현직인 윤 대통령을 검찰에 고발하기까지 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7일에는 김 여사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때 착용한 목걸이, 팔찌 등이 공직자재산신고에서 누락됐다고 주장하며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민주당, 尹정부 檢 통해 李 제거 작전
정기국회·국감·인청 ‘대전쟁’ 서막 올라
檢 과잉충성이 대결 부추겼다 비판도


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현관 앞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검찰의 소환조사에 응하지 않기로 했다./연합뉴스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현관 앞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검찰의 소환조사에 응하지 않기로 했다./연합뉴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대표가 거대야당의 수장에 오르자 ‘제거 작전'에 나섰다고 보는 시각이 팽배하다. 당 지도부가 친명 의원 위주로 구성됐다. 이 대표가 기소돼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금고 이상의 형(집행유예 포함)을 받으면 지도부 혼선은 불가피하다. 지도부가 흔들리면 총선이 가까워질 수록 친명과 비명이 나뉘어 분열할 수 밖에 없다. 윤 대통령이 ‘민주당 흔들기’를 시작했다고 보는 셈이다. 분열은 필패다. 민주당으로서는 결사항전에 나설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의 약한 고리인 김 여사에 대한 특검까지 주장하고 나선데는 이같은 배경이 있다.

이 때문에 당분간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마주 앉을 일은 없어 보인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과 독대하는 영수회담을 주장했는데 윤 대통령은 여야 대표가 함께하는 다자 회동을 제안했다. 그 사이에 검찰의 출석 통보와 민주당의 특검 주장이 분출됐다. 회동할 분위기가 전혀 아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검찰의 과잉충성이 정기국회를 망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대표에게 출석을 요청해도 어차피 출석할 가능성은 낮았다. 상징적인 의미에 불과한 출석 통보를 정기국회 초입에 내지르면서 여야의 협치가 불가능해졌다는 주장이다. 윤석열정부는 민생과 경제살기리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638조의 내년도 예산안과 반도체특별법, 중소기업상생법, 생애최초주택활성화법,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등 주요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하지만 입법의 키는 169석의 민주당이 쥐고 있다. 윤석열정부의 사정과 민주당의 입법투쟁, 국정감사가 맞물리며 연말까지 국회가 대전쟁을 지를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추석 후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부터 전쟁터가 될 것이라는 말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민주당의 양보 없이는 법안 통과가 불가능한 구조"라며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30%에 불과한 상황에서 검찰의 사정이 성과를 내지 못하면 민주당의 기세만 더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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