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시댁에만 내려오면 속이 더부룩" 혹시 나도 명절증후군일까 [헬시타임]

명절 전후 다양한 신체·정신적 증상 호소하는 이들 많아

과도한 가사노동·스트레스가 원인…화병으로 발전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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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결혼 6년차에 접어든 직장인 이모(37)씨. 이번 추석 연휴가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연휴 기간 내내 전남 여수에 있는 시댁에서 시댁 식구들과 다 같이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일가 친척이 전부 모여 차례를 지낸다며 벌써 몇주 전에 시어머니의 호출을 받았다. 이씨는 “코로나19 유행으로 3년 가까이 명절 스트레스를 잊고 살았는데 다시 내려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답답하다"며 "시댁 눈치를 보며 전을 부치느니 차라리 출근하는 게 차라리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 남녀노소 가리지 않는 ‘명절 증후군’…심하면 화병으로 이어질 수도


명절 전후 과도한 가사노동이나 스트레스로 다양한 신체적·정신적 증상에 시달리는 이들이 많다. 명절마다 되풀이되는 스트레스란 뜻에서 ‘명절 증후군’이란 용어로도 불린다. 명절증후군은 한때 주부들의 스트레스라고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귀성길 장시간 운전을 책임지는 남편부터 입시를 앞두거나 취업, 결혼을 준비 중인 자녀, 손주를 돌보는 노년층에게도 해당된다. 온 가족이 명절증후군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신체, 정신적으로 건강한 연휴를 보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김윤나 경희대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교수의 도움말로 살펴봤다.

정신없이 명절 연휴를 보내다 보면, 어지럼증, 두통, 식욕부진, 소화불량, 피로감 등의 신체적 증상이 발생한다. 짜증, 우울, 불안, 무기력, 집중력 저하 등 정신적인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증상이 계속되면 화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화병은 억울하고 분한 감정을 속으로 삭인 이후에 나타나는 병을 말한다. 답답함, 치밀어 오름, 안면열감, 억울하고 분한 감정 등이 대표적으로 나타난다. 또한, 과도한 가사 노동으로 어깨, 허리, 손목 등 관절 질환이 생기기도 한다. 증상을 방치하면 손목터널 증후군, 허리 디스크, 목 디스크 등 근골격계 질환을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신체·정신적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병원을 찾아 치료받아야 한다.

◇ 역할 분담해 부담 덜고 가족·친지 간 대화할 땐 상대방 배려해야


경희대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의 한의학척 치료과정은 우선 환자와의 면담과 각종 검사를 통해 증상의 원인을 파악한 후에 환자 개별 증상에 맞춰 침, 한약 등을 시행한다. 기공 명상 프로그램도 구성돼 있어서 스스로 증상을 관리하고 심신을 이완하는데 도움을 준다. 명절마다 증상이 반복되거나 심리적인 증상이 심하다면 상담치료도 진행하고 있는데 이를 병행하면 더 도움이 된다.

건강한 명절을 나기 위해 실행하기 쉬운 방법은 3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는 목표를 크게 세우지 말고 일을 분담하는 것, 둘째는 관심과 간섭을 구분해 대화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연휴의 마지막 날 만큼은 나만의 시간 갖기를 실천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김윤나 교수는 “목표를 크게 세우지 말고 일을 분배하라는 첫 번째 항목은 과도한 가사 노동에 시달리지 않도록 적당히 일을 나누라는 의미”라며 “서로 말하기를 기다리거나 나서주기를 바라기보다 미리 역할을 정하고 분담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가능하다면 명절 행사를 간소화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게 김 교수의 조언이다. 관심과 간섭을 구분하라는 두 번째 항목에는 갈등의 소지가 있는 내용의 대화는 피하란 의미가 담겼다. 김 교수는 “명절에 가장 간과하기 쉬우면서도 피해야할 주제는 진로, 취업, 결혼"이라며 "무심코 던진 말이 듣는 사람에게 상처가 될 수 있으므로 상대의 입장을 배려하면서 대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대부분의 명절 피로는 수면 부족과 일상의 규칙적인 생활 리듬이 변화하는 데서 발생한다. 가령 연휴에도 평소 기상 시간을 지켜 일어나는 것이 피로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너무 누워만 있으면 오히려 밤 수면을 방해해 수면 리듬을 깨뜨리고 피로감이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무엇보다 연휴 이후 일상에 적응할 수 있도록 시간적 여유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며 “연휴 마지막 날에는 밤이나 새벽에 귀가하는 것보다는 조금 여유 있게 집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 소화 안되고 명치가 답답…근육통 시달리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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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아래 10개 항목 중 5개 이상 충족한다면 명절 증후군을 의심해볼 수 있다. 명절증후군 자가진단 항목 중 본인에게 해당하는 증상이 몇 개나 되는지 살펴보자.

1. 밤에 잠을 잘 못자고, 자고 나도 개운하지 않다

2. 예민하고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난다

3. 기분이 자꾸 가라앉고 우울하다

4.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가 잘 안 된다

5. 숨찬 기운이 올라오거나 숨이 차다

6. 화가 나면 얼굴에 열이 오르거나 온 몸에 열이 나면서 발끝까지 뜨겁고 입이 마른다

7. 가슴이 두근거리고 벌렁거린다

8. 만사가 귀찮고 의욕이 없다

9. 어깨, 허리, 손목 등 근육통을 호소한다

10. 목이나 명치 끝에 뭔가가 꽉 차있거나 걸려 있는 것 같다



안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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