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재생에너지 인프라 부족에도…삼성 ‘사회적 책임’ 다한다

■이번주 환경경영전략 발표

반도체 산업에 부정적 요인 불구

美·中사업장 재생에너지 대체 등

탄소중립 이행 정지작업 꾸준히

이재용 ‘상생·공존’ 의지 연장선

고효율 모바일·가전 개발도 힘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현지 시각) 멕시코시티에 위치한 대통령궁에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에게 ‘2030 부산세계박람회’ 개최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전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현지 시각) 멕시코시티에 위치한 대통령궁에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에게 ‘2030 부산세계박람회’ 개최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의 환경경영전략 발표를 앞두고 재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뉴삼성’으로의 본격 전환을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고 평가한다. 삼성은 그동안 국내 재생에너지 인프라 미비 등을 이유로 국내 4대 그룹 중 유일하게 RE100(재생에너지 100%) 가입 선언을 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기업에 대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요구가 높아지자 삼성전자도 RE100 가입을 포함한 탄소 중립 이행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판단한 것이다.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탄소 중립 선언을 목표로 다방면에서 준비 작업을 진행해왔다. 대표적으로 최근 세계 곳곳의 사업장에서 재생에너지 사용을 최대한 늘리고 있다. 삼성전자가 7월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2022’에 따르면 회사는 2020년부터 미국과 중국 반도체 사업장의 모든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대체했다. 멕시코 사업장의 경우 2020년 4.3%에 불과하던 재생에너지 사용률을 지난해 한 해 만에 71%로 끌어올렸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전체 재생에너지 사용량도 5278GWh로 2020년 4030GWh보다 31%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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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사의 탄소 배출 현황도 점검해왔다. 2019년 이후 주요 협력 회사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기적으로 파악하면서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한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했으며 최근에는 국내외 협력사에 탄소 중립 관련 설문을 돌리며 RE100 가입 여부를 함께 조사하기도 했다. RE100은 2050년까지 모든 전력 사용을 풍력·태양광·지열 같은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기업의 자발적 약속이다.

다만 전력 사용량이 막대한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탄소 중립을 섣불리 외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재생에너지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아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대안도 마땅치 않았다. 제대로 기반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모든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공급받으려는 시도는 자칫 회사의 존립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같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가 2050 탄소 중립과 RE100 가입을 선언하는 것은 친환경 경영과 ESG에 대한 국제적인 기준치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앞서 2월 네덜란드 공적연금(ABP)의 투자를 담당하는 ‘네덜란드 연금자산운용(APG)’이 삼성전자를 포함한 국내 대표 기업 10곳에 탄소 배출 감축을 요구하는 내용의 주주 서한을 보내는 등 탄소 중립에 대한 국제적인 압박도 심해졌다.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애플·TSMC·인텔 등 경쟁사들은 이미 RE100에 가입한 상태다.

무엇보다 8·15 특별 사면 이후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는 이 부회장으로서는 ESG에 대한 글로벌 사회의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만간 회장으로 승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더 무게를 둘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그동안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여러 번 강조해왔듯이 이번 탄소 중립 이행 목표도 그 연장선상에서 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공식 석상에서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 “이웃과 사회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 모두 함께 나가자” 등 삼성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발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TV·냉장고·모바일 등 주력 품목을 에너지 고효율 제품으로 개발하고 전력 효율이 크게 개선된 초저전력 반도체 개발 등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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