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금리가 급등하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자 사모펀드(PEF)에 출자를 약정한 자금이 3분의 1로 급감하는 등 PEF 업계의 자금줄이 마른 것으로 확인됐다. 대형 PEF조차 신규 펀드 조성에 난항을 겪으면서 중소 PEF 운용사들은 ‘고난의 행군’을 벌이는 형국이다. 전체 사모펀드는 1080개에 달하는 등 계속 늘고 있어 PEF 업계의 구조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경제가 13일 금융감독원에 보고된 PEF 운용사 현황 및 출자 약정액 등의 최신 자료를 집계한 결과 올해 1분기 중 늘어난 약정액은 2조 7000억 원에 그쳤다. 지난해 4분기에 PEF 출자 약정액이 8조 1960억 원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약 33%에 불과하다. PEF가 기업 인수 등을 위해 투자처를 정하면 연기금 및 공제회 등 기관투자가들이 펀드에 출자하기로 약속하는 자금은 급감했는데 올 1분기에도 PEF 숫자는 20개가 증가한 총 1080개로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투자은행(IB) 업계는 지난해 말로 저금리 기조가 막을 내리고 올 들어 본격적으로 시중금리가 오르면서 기업 인수합병(M&A)을 주력으로 하는 기관형 PEF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급감한 것으로 분석했다. 기관형 PEF가 2018년 이후 매년 10조 원 안팎의 투자 약정액을 끌어모으며 고성장을 지속하던 황금기도 막을 내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 인수금융 금리가 연초 대비 두 배 이상 급등한 데 비해 매물로 나온 기업들의 몸값은 크게 떨어지지 않는 상황”이라며 “출자자들이 자금 투입을 꺼리고 있어 2분기는 물론 3분기로 가면서 신규 출자 약정액은 더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내 대형 PEF 운용사인 IMM PE가 상반기부터 2조 6000억 원 규모의 신규 펀드 결성에 나섰지만 최근까지도 6000억 원 모집에 그쳐 내년 이후로 1차 펀드 결성 시점을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PEF가 자금 모집에 난항을 겪을 정도여서 신생 펀드는 물론 중소형 PEF들도 투자처를 찾았음에도 출자자를 찾지 못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곳이 늘고 있다.
PEF의 자금줄 중 하나인 연기금 및 공제회의 투자 수익률이 증시 조정에 급락한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상반기 국민연금의 투자 수익률은 -8.0%로 추락하며 전체 운용 규모가 70조 원 이상 감소했는데 이는 PEF에 투자하는 자금도 위축시키게 된다. 지난해 10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기관형 PEF에 일반 개인투자자는 물론 전문투자자로 등록되지 않은 비상장사나 법인 역시 투자할 수 없게 된 것도 PEF의 자금난을 가중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PEF 시장의 큰손인 공제회들조차 신생 PEF를 선정해 투자하는 ‘루키리그’가 없어졌다”며 “펀드 결성이 어려워진 중소형 운용사들은 설 자리가 없어 업계의 옥석 가리기가 가속화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