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했다. 비극적인 순간이 찾아와도 그 안에 뿌리가 되는 가족과 친구가 있다면, 소소한 행복으로 바뀔 수 있는 거다. 영화 '컴백홈'은 아버지와 죽음과 복수라는 거대한 상황에서도 희로애락이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이다.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컴백홈'(감독 이연우)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연우 감독을 비롯해 배우 송새벽, 라미란, 이범수, 인교진, 황재열이 참석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컴백홈'은 모든 것을 잃고 15년 만에 고향으로 내려오게 된 무명 개그맨 기세(송새벽)가 거대 조직의 보스가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작품은 영화 '거북이 달린다' '피끓는 청춘'을 통해 개성 강한 캐릭터들과 생활밀착형 유머 코드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던 이연우 감독이 선보이는 8년 만의 신작이다. 이 감독은 "손에서 땀이 흐를 정도로 긴장된 마음이다. 머릿속이 하얘지고 있다"며 "배우들도 오늘 영화를 처음 봤는데, 유심히 표정을 관찰하고 있다. 최선을 다해 만들었으니 많은 사랑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완성된 작품을 처음 본 배우들은 상상 이상의 만족감을 표했다. 송새벽은 "처음 대본을 봤을 때도 재밌었는데, 현장에서 배우들과 촬영하면서 더 좋은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완성된 영화를 보기 앞서 내심 기대를 많이 하게 됐다"며 "굉장히 만족스러운 신들이 많이 나왔다. 어느 한 신을 꼽기 어려울 정도로 좋았다"고 했다. 라미란은 "송새벽과 주로 촬영을 하다 보니 다른 분들과 접할 기회가 없었는데, 다들 고생을 많이 한 것 같다. 비극적인 이야기 안에 최고의 희극이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범수는 "웃음도 웃음이지만 가족에 대한, 고향에 대한, 아버지에 대한, 사랑에 대한 감동이 있어서 재밌게 봤다. 웃음과 감동이 많은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길 소망한다"고 기대했다. 인교진은 "진짜 관객의 입장에서 보려고 노력했다. 웃으면서 눈물 흘리면서 봤다. 신인과 같은 마음으로 누가 되지 않길 바라면서 촬영했다"며 "전체적으로 만족스럽다"고 기쁜 마음을 표했다.
'컴백홈'은 진한 코미디 속에 감동 포인트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에 대해 이 감독은 "배우들이 진지하게 연기하는 상황 자체가 재밌으려고 노력했다. 진지함 속에서 나오는 재미와 감동이 관객들에게 더 와닿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원래 진지함 속에 나오는 리듬감 있는 코미디를 좋아한다. 어떻게 보면 위트에 가깝다"고 짚었다. 이어 "내가 생각한 코미디는 2시간 남짓 되는 영화에서 한 번쯤 관객들이 집중하다가 쉬어갈 수 있는 부분이다. 신선한 바람을 맞고 다시 영화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을 주는 것"이라며 "그 지점을 잘 계산해서 연출했다. 그런데 역시 코미디는 어렵더라"고 미소를 보였다.
송새벽은 "처음 대본을 봤을 때 상황이 재밌는 게 많이 쓰여 있더라. 코미디적인 느낌보다 스토리 라인이 긴박하지만, 멀리서 보면 재밌어지는 부분"이라며 "한 신 한 신 집중하면서 연기하려고 했다. 코미디언도 우리 영화에 출연해 줬지만, 매주 콩트를 만들어서 하는 건 대단하다"고 감탄했다.
라미란은 "코미디가 단순히 표면적인 웃음을 유발하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코미디에도 종류가 있는데, 잘 쌓아 올려서 쉬었다 가는 지점이 우리 작품에 사용된 코미디"라며 "코미디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진정성이다. 심각하게 한다기 보다 얼마나 내가 이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고, 진심으로 이 사람이 되는가에 중점을 뒀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작품을 보면서 몇 번 울었다. 너무 짠하고 슬프더라"며 "그런데 또 들어가 보면 어이없이 웃기다. 특유의 코미디 코드가 잘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이범수는 "웃음이 1차원적이고 소모적이라기 보다 상황에 녹아 있는 거다. 현장에서 감독님이 수위 조절을 잘 해줬다"며 "기준점을 잡아 주셔서 연기하는 내내 더더욱 재밌게 할 수 있었다. 코믹 연기를 하면서 조금 더 양념을 치면 과할 것 같다는 생각했기에 잡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황재열은 "코미디의 미덕은 공감이다. 공감을 해야 웃음을 줄 수 있다"며 "어떻게 하면 공감을 줄까 연기에 대한 고민을 더 하게 됐다"고 떠올렸다.
작품은 장수 예능프로그램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개그 콘서트'가 폐지되는 시점에서 전개된다. 평소 '개그 콘서트'를 사랑했던 이 감독의 마음이 녹아든 지점이라고. 그는 "내가 워낙 코미디를 좋아해서 그런지 '개그 콘서트' 폐지는 나한테 큰 충격이었다. 개그맨이라는 소재로 접목시켜야겠다는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야기의 시작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가족과 고향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대부분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 각자의 사연을 갖고 살고 있지 않냐"며 "그분들에게는 고향에 내려갔을 때 자기를 반겨 주는 친구고 있고 부모님, 첫사랑도 있다. 자기 혼자 잘나서 지금이 된 게 아니라 이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지금이 있는 거라고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굴 속에 빠져 있던 한 남자가 동굴에 계속 갇혀서 나이를 먹고 있다가 나중에 동굴을 나오는 얘기다. 동굴을 나올 때 친구들과 사랑과 가족과 화해하고 용서하는 것"이라고 했다.
일명 '코미디 어벤저스' 배우들을 캐스팅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고. 이 감독은 "우리 팀은 신 스틸러 어벤저스로 이뤄졌다. 평소에 꼭 같이 일해보고 싶었던 배우들에게 최초로 시나리오가 갔다"며 "그 배우들이 극중 크기와 상관없이 흔쾌히 해주신다고 해서 저 나름대로 행운이 아닌가 싶다. 이 자리를 통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송새벽 아역과 송새벽의 딸 미나(채현) 역을 캐스팅하는 데는 더 공을 들였다. 이 감독은 "송새벽과 닮은 배우들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아역은 딱 보니까 송새벽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주저 없이 캐스팅했다"며 "미나는 가장 비슷하다는 이유로 수많은 경쟁자를 물리치고 캐스팅됐다. 더 비슷해 보이려고 안경을 씌웠다"고 강조했다.
송새벽은 하루아침에 조직 보스가 된 무명 개그맨 기세 역을 맡았고, 라미란은 기세의 첫사랑인 영심을 연기한다. 이들은 환상의 로맨스 호흡을 선보인다. 송새벽은 "신들에 대해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타고 만들려고 노력했다. 장소가 예쁜 것도 한몫했다"고 말했다. 라미란은 "다시 돌아온 기세를 봤을 때 기분이 남달랐을 거라고 생각하고 집중했다. 진심으로 로맨스에 임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오는 10월 5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