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신당역에서 20대 여성 역무원에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전모씨가 3년에 걸쳐 피해자에게 300통 이상의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보내며 ‘스토킹’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15일 경찰에 따르면 전씨가 2019년부터 피해자 A씨에게 전화를 하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내며 스토킹한 횟수는 총 300여건에 이른다. 메시지의 내용은 ‘한번 만나달라’ ‘친하게 지내고 싶다’는 등의 내용이었고, 강요나 협박에 해당하는 내용도 포함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서 이번 살인 사건을 두고 ‘보복 살인’이라 지칭하면 안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전씨는 서울교통공사에서 직위해제된 이후 회사 내부망에 접속해 A씨의 근무지와 근무시간대를 파악한 것으로 추정된다. 두사람이 함께 같은 역에서 근무한 이력이 없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계획성 스토킹’ 범죄라는 것이다.
이날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A씨를 대리했던 변호사는 “2019년 11월부터 첫 고소를 하던 지난해 10월까지 A씨에게 전달한 전화·문자메시지가 350여 건에 달한다”라며 “고소 이후에도 올해 2월까지 20번 가량 (피해자에게) 연락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전씨가 범행 당일 법원에 두 달 치 반성문을 무더기 접수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날 JTBC의 보도에 따르면 전씨는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자 A씨에게 사죄 드린다”는 취지로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했다. 이 반성문은 지난달부터 이달 13일까지 수일에 한 번꼴로 작성됐다.
앞서 피해자 A씨는 지난해 10월 7일 전씨를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촬영물 등 이용협박) 혐의로 서울 서부경찰서에 고소했던 바 있다.
경찰은 전씨를 긴급체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이를 기각했다. 이후로도 전씨의 스토킹은 상습적으로 이어졌다.
전씨는 범행 다음 날인 15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한 선고를 앞두고 있었다. A씨가 지난 1월 27일 다시 전씨를 스토킹범죄의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달 18일 결심 공판에서 전씨에 징역 9년을 구형했다.
그의 반성문 접수는 선고 하루 전날, 그리고 피해자를 살해한 당일 이뤄졌다. 스토킹 피해자에 대한 제도적인 보호에 허점이 드러난 것이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출근길에 진행된 언론과의 약식회견(도어스테핑)에서 스토킹 피해자 보호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법무부에 스토킹 범죄 관련 법안에 대한 제도적 보완을 지시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