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신당역 역무원 스토킹 살해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로 보지 않는다고 발언한 이후 정치권과 여성계 등이 이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논란이 커지는 모양새다.
앞서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이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로 보는지 질문에 “그렇게 보지 않는다”며 “남성과 여성의 이중 프레임으로 보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김 장관은 취임 이후 일관적으로 여성 대상 범죄와 여성혐오 문제에 선을 그었다. 지난 7월 ‘인하대 성폭력 살인사건’에 대해서도 여성에 대한 폭력이 아니라 안전 문제라고 했다가 빈축을 사 뒤늦게 입장을 정정했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19일 오전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 신당역 살인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로 보지 않는다는 김 장관의 발언에 대해 “왜 그렇게 보지 않는지부터 그 이유에 대해 소상히 듣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이건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일 수밖에 없는 것이 불법 촬영, 스토킹 그리고 그게 살인까지 이어진 범죄”라고 설명했다.
박 전 위원장은 “‘좋아하면 쫓아다닐 수 있지’라는 굉장히 그릇된 남성 문화, 여성은 남성과 동등하게 위치하지 않다는 잘못된 차별 의식이 만든 비극”이라고 비판했다. “여성은 남성에게 종속된 부속물이라는 생각이고 이런 생각을 가지고 저지른 범죄가 여성 혐오 범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가 언급한 여성혐오(misogyny)는 단순한 혐오(hate)가 아니라 여성에 대한 편견과 멸시 등을 포괄하는 개념인 것으로 분석된다.
여성계와 노동계는 이 같은 여성혐오 인식과 구조적 성폭력이 맞닿아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 16일 민주노총은 신당역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에 대해 “여성혐오로 만들어진 조직문화는 여성들이 일하는 공간에서조차 여성노동자들을 성적대상화하고, 스토킹범죄와 불법촬영범죄의 피해에서 죽음에까지 이르도록 던져놓았다. 이것이 구조적인 차별이고 구조적인 폭력이 아니고 무엇인가”라며 정부와 여당을 질타했다.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진보성향 정당들과 여성 인권단체가 김 장관의 사퇴와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기 위해 연 집회에서도 구조적 성차별을 지적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는 “정부가 이번 사건(신당역 사건)에 대해 스토킹처벌법 빈틈을 메우겠다고 입장을 밝혔으나 구조적 성차별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엄벌주의만으로는 성평등을 실현할 수 없다”고 비판하며 여가부의 역할을 더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논란이 거세지자 같은 날 여가부는 여성혐오 범죄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스토킹 범죄에 대처하는 부처 간 연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와 이를 개선하기로 했다. 공공기관으로부터 성폭력 발생 사실을 통보받는 시스템을 강화해서 사건 발생 시 통보가 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고 ,국회 법사위에 계류된 스토킹처벌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개정안을 적극 검토하고 법무부의 건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