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슈퍼위크’를 앞두고 주식시장의 온기가 빠르게 식고 있다. 20일부터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100bp(1bp=0.01%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10개국 이상이 동시다발적으로 50bp 이상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점쳐지면서 글로벌 증시 전반이 얼어붙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으로 채권 등 다른 금융 상품의 매력이 높아진 점도 투자자들이 증시를 이탈하는 배경으로 지목된다. 증권가 역시 FOMC 이후 불확실성을 제거한 증시가 소폭 반등에 성공하더라도 공격적인 저가 매수에 나서기보다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는 기회로 삼고 채권의 비중을 서서히 높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19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코스피지수의 하락 추세가 지속되면서 증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우선 증시 거래 대금이 급감했다. 코스피가 1.14% 하락한 이날 코스피 거래 대금은 6조 8859억 원으로 집계됐다. 긴축 우려에 네이버와 카카오 등 대형 성장주가 재차 52주 신저가를 새로 쓰는 등 무너졌다. 이달 일평균 거래 대금은 7조 6328억 원으로 코스피가 연저점을 찍은 7월에 버금가는 수준까지 감소했다. 14조 원의 거래 대금을 기록한 지난해 9월 대비 절반 수준이다.
증시에서 자금이 이탈하고 있는 원인으로는 이번 주 기준금리 수준을 결정하는 주요 국가의 통화정책 회의가 연달아 예정돼 있어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중국·일본·영국·스위스 등 주요 국가들은 이번 주 통화정책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대부분이 최소 50bp 이상의 인상 폭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동시다발적으로 금리가 큰 폭으로 인상되면서 경기 둔화 우려가 깊어져 기업들의 이익 전망이 낮아지는 등 증시의 추세적 하락이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에 증시에서의 자금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20~21일(현지 시간) FOMC를 앞두고 있는 미국은 기준금리 100bp 인상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75bp 인상할 확률은 80%, 100bp 인상할 확률은 20%를 나타내고 있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100bp 인상까지 거론되는 FOMC를 앞두고 경계감이 유입되고 있다”며 “FOMC 이후로도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변함이 없어 주식거래가 활기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기준금리가 4%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채권 등 대체투자처의 매력이 높아졌다는 점도 증시에서 자금이 이탈하는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통상 금리와 채권 가격이 반비례하는 만큼 최근 채권 가격이 매력적인 수준에 달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개인투자자들 역시 채권시장에 큰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장외 채권시장에서 개인의 순매수액은 지난해 8월 5500억 원 수준이었지만 지난달 3조 3441억 원으로 6배 넘게 규모가 커졌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통화정책이 금리를 밀어올리고 있지만 4분기부터 통화정책 불확실성 우려가 경기 침체 우려로 돌아설 예정”이라며 “통화정책이 금리 하락 압력을 반영하기 시작한다면 국채를 비롯한 채권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 기조가 쉽게 꺾일 것 같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 증권가는 미국 기준금리가 100bp보다 낮은 75bp 인상으로 결정되더라도 주식투자에는 신중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 금리 불확실성이 제거되며 지수가 단기 반등에 성공할 수는 있겠지만 소폭 반등에 그칠 가능성이 높고 이후로도 중장기적 하락 추세를 벗어나기는 당분간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로 기업들의 이익 전망치가 꺾이고 있다는 것도 유의해야 할 지점이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이달 중순 기준 한국 주식시장의 이익 전망치는 지난달 대비 2.2% 하락했다.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 역시 이날 기준 지난주 대비 0.4% 낮아지면서 하향 추세가 가속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통화정책은 금융시장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고 경기·실적 등 펀더멘털 동력은 더욱 약화되고 있다”며 “전략적으로는 단기 반등을 리스크 관리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