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인권위, "농촌 이주노동자 인권 보장 대책 마련" 권고

인권위, 고용노동부장관에게 대책 마련 권고

주거환경 실태조사·합리적인 숙식비 기준 마련 등

국가인권위원회. 연합뉴스국가인권위원회. 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가 고용노동부장관에게 농업 이주노동자의 생존권과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해 대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20일 인권위는 “농업 이주노동자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받으며 건강하고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공공기숙사 설치 등 지원대책을 강구할 것을 고용노동부장관에게 권고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사업주가 실제 이주노동자에게 제공되는 주거환경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를 통해 합리적인 숙식비 기준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이주노동자 기숙사산재사망 대책위원회는 “지난 2020년 12월 20일 기숙사에서 사망한 이주노동자 A씨의 사인 중 하나로 열악한 기숙사 환경이 지적되었는데도, 동료 이주노동자 4명을 해당 기숙사에 그대로 거주하게 하고 있는 것은 피해자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인권위 진정을 제기했다.



피진정인은 “'근로기준법' 관련 수시감독을 실시한 결과 기숙사 운영기준 미달 등 4건의 위반사항을 확인하여 시정조치를 지시하였다”고 반박했다. 또 “피해자들에게 사업장 변경 의사를 3회 확인하였으나 계속 근무 의사를 밝혔으며, 향후 피해자들이 사업장을 변경하고자 할 경우 적극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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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는 피해자들에 대한 피진정인의 조치가 미흡하여 인권침해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해 해당 진정을 기각했다. 인권위는 피진정인이 △사업주에게 기숙사 변경을 지시하고 건강검진 미실시에 대한 과태료를 부과하며 조속한 시일 내에 건강검진을 실시하도록 조치한 점 △농지에 있던 기존의 기숙사에서 벗어나 시내의 주택형 숙소가 피해자 기숙사로 제공된 점 △사업장 변경 등 환경의 변화 없이 언어 및 문화적 동질감을 공유하는 피해자 4명이 함께 생활하며 트라우마를 극복해 가는 것이 심리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상담 결과가 있었던 점 △피진정인이 피해자 보호 차원에서 심리안정 프로그램을 1회 추진하고 사업장 변경 의사를 3회 확인한 점 △향후 피해자들이 사업장 변경을 신청할 경우 적극 조치하겠다고 피진정인이 밝힌 점 등을 고려했다.

다만 인권위는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인해 이주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이 위협받는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보아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라 정책 권고를 검토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정부는 고인의 기숙사 산재 사망 이후인 2021년부터 사업주가 비닐하우스 내 가설건축물을 이주노동자에게 기숙사로 제공하는 경우 신규 사업장의 고용허가를 불허하되, 숙소 개선 준비기간이 부족하다는 현장 의견을 고려해 유예기간을 부여하는 주거대책을 수립했다.

그러나 농촌 이주노동자들은 언어적 한계와 인적 네트워크 부족 등으로 인해 실제 건강과 안전을 위협받는 열악한 시설을 마주하더라도 사업주에게 개선을 요구하지 못하거나, 요구해도 무시되는 사례가 여전히 확인되고 있다. 2021년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주노동자들에게 농지 등에 설치한 컨테이너, 조립식 패널, 비닐하우스 내 시설 등 가설건축물이 숙소로 제공되는 경우가 7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사업주가 이주노동자의 숙식비를 임금에서 선공제하는 경우가 77.4%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인권위는 정부의 실효성 있는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하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해 단계적으로 이주노동자 전용 공공기숙사를 설치하는 등의 지원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인권위는 고용노동부의 ‘외국인근로자 숙식정보제공 및 비용징수 관련 업무지침’을 폐지하고 실제 이주노동자에게 제공되는 주거환경 실태를 정확히 조사하여 합리적인 숙식비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인권위는 고용노동부장관에게 농업 이주노동자의 생존권 및 주거권 보장을 위한 개선방안 마련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숙식비 징수 기준이 합리적으로 설정돼 있지 않은 점 △임금에서 숙식비를 공제함으로써 실제 수령 임금을 감액하는 근거로 남용되고 있는 점 △열악한 임시 주거시설을 숙소의 한 형태로 정당화하고 있는 점 △사용자가 열악한 주거시설을 기숙사로 제공하면서 무단 증축 및 거실 분할 등을 통해 숙소 인원을 늘리고 인원수대로 숙식비를 받은 사례가 있는 점 △사용자가 냉·난방비 등 계절적 변동이 있는 항목이나 전기·인터넷 요금 등을 임금에서 사전 공제하여 지침을 위반하는 사례가 있던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박신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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