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기·벤처

"물건 팔아봐야 손해"…中企는 생존경영

[대기업 워룸 가동]

■3高 쓰나미…경영위기 총력 대응

"답 없는 상황…현금 확보에 사활"

생산·인건비 등 절감 '절반' 이상

중견도 비용집행 연기 비상체제





“원자재 값이 올라 물건을 팔아봐야 손해만 보고 있습니다. 아마 중소기업의 80%는 저처럼 맨땅에 헤딩이라고 봐야 할 겁니다. 한마디로 답이 없는 상황이죠. 그래서 요즘은 일단 현금부터 확보하자는 생각입니다.” (A 의류 중소기업 대표)



최근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이른바 ‘3고’ 현상으로 국내 기업들이 비상에 걸린 가운데 중견·중소기업 사이에서도 경영 환경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대기업과 달리 기초 체력이 약한 중기로서는 벼랑 끝으로 몰리는 상황과 같다는 지적이다. 이에 우선 비용 절감에 나서기 위해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하거나 업무 방식을 전면 교체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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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는 중견·중소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중소 가전 업체들이다. SK매직의 경우 올 하반기 들어서부터 일찌감치 ‘위기대응 체제’로 전환했다. 위니아도 생산성을 높이고 라인을 합리화하는 등 필수적인 부분 이외에 비용 집행을 다소 늦추겠다는 방침이다. 신일전자·휴롬 등도 방침은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요 둔화로 당분간 실적 악화가 예상되는 만큼 비용 줄이기는 필수적이라는 생각으로 풀이된다.

일부 기업들은 업무 방식을 전면적으로 바꾸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교육 기업 에듀윌이 주 5일로 돌아선 것 역시 최근 산업계 동향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에듀윌은 주 4일 근무에서 주 5일 근무로 전환한다고 알린 바 있다. 신사업 추진 과정에 업무 증가가 예상되고 사업 인수를 추진하면서 조직 운영의 효율성을 꾀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입장이지만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등 외부 환경 역시 변화의 밑바탕에 깔렸다는 설명도 많다.

중소기업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500개사를 대상으로 현 위기에 대한 대응 방법을 설문 조사한 결과 ‘생산비·인건비 등 원가 절감 계획’을 세운다고 답한 곳이 51.7%에 달했다. 신규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기업은 36.9%였다. 다만 ‘별다른 방안이 없다’고 한 곳이 22.5%에 달해 정부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일부 중견기업들은 원재료 및 부품 매입처에 현금 결제를 해왔던 원칙을 접고 어음 발행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출 감소를 겪고 있는 한 중견 조명기기 업체의 경우 최근 자산을 잇달아 매각하며 현금 마련에 나서고 있다.

스타트업 업계의 위기감은 어느 때보다 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긴축 모드로 돌아서자 예년과 다르게 투자 자금이 돌지 않은 이른바 ‘돈맥경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저비용·고효율 구조를 짜는 데 주력하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비록 1년 전이라고 하더라도 가능성만 있으면 투자를 받는 것이 힘들지는 않았다”면서 “지난해와 다르게 갑자기 돈줄이 막히자 대규모 사직이 있었다는 등 업계에 흉흉한 소문만 무성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완기 기자·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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