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 운명적인 상대를 만날 수 있다는 상상을 해보곤 한다. 그런데 평범한 우리가 만나는 상대가 톱스타라면? 비현실적인 이야기같지만 영화에서 꾸준히 사랑받는 소재로 활용돼 왔다. 오래된 이 판타지를 다시 한번 실현시켜주는 영화가 있다.
영화 ‘메리 미(Marry Me)’(감독 캣 코이로)는 대중에게 사랑받는 슈퍼스타 가수 캣 발데즈(제니퍼 로페즈)와 평범한 수학 교사 찰리(오웬 윌슨)의 사랑을 그린다. 극은 캣이 자신의 히트곡 ‘메리 미(Marry Me)’를 함께 부른 바스티안(말루마)과의 결혼을 발표하면서 시작한다. 이들은 2,000만 명이 라이브로 지켜보는 콘서트에서 공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으나 콘서트 당일, 캣은 바스티안이 자신의 비서와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충격에 휩싸인다.
찰리는 친구의 주선으로 사춘기 딸 루(클로에 콜맨)와 관계 개선을 위해 슈퍼스타 캣의 콘서트를 보러 간다. 그는 친구 대신 ‘Marry Me’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었는데, 바스티안에게 배신당한 캣은 홧김에 찰리의 플래카드에 ‘Yes’라 답한다. 캣이 안쓰러웠던 찰리는 무대 위로 올라가 그의 손을 잡는다. 이들의 연애는 6개월간 대중들 앞에 보여야 한다는 계약에서 시작됐지만, 함께 시간을 보내며 점차 서로에게 빠져든다.
‘메리 미’는 평범한 남자가 슈퍼스타와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부터 영화 ‘노팅 힐(Notting Hill)’을 떠오르게 한다. 그뿐만 아니라 두 작품 모두 우연히 만나게 된 남녀가 서로 호기심이 생겨 곤경을 극복하고 결국 사랑하게 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무대 위 삶이 익숙한 슈퍼스타와 무대 아래에서 자신의 삶에 충실한 평범한 인물은 어울리지 않아서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된다. ‘노팅 힐’의 세계적인 배우인 예나 스콧(줄리아 로버츠)이 평범한 서점 주인 윌리엄(휴 그랜트)에 끌렸듯, 잔잔한 일상을 살아가는 찰리는 화려하지만 불안한 삶을 살아온 캣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유일한 존재가 된다.
‘노팅 힐’의 그 시절 로맨스 감성은 그대로 가져왔지만 현대 사회의 모습을 반영한 SNS 활용 장면으로 ‘메리 미’만의 감성을 담았다. 캣은 슈퍼스타인만큼 매시간 카메라가 따라다닌다. 개인 카메라맨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까지 SNS로 캣의 일거수일투족을 영상으로 공유한다. 이러한 화면들은 영화 속에서 빠르게 전환되어 점차 관객들을 영화에 몰입시킨다. 찰리는 빠르게 전환되는 화면을 비집고 들어와 SNS는 사회악이라며 비판한다. 고지식한 너드 남자 주인공의 재치 있는 개입은 관객들에게 가벼운 웃음을 선사한다.
‘메리 미’는 우리가 로맨틱 코미디물에서 기대하는 모든 것을 충족시킨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전형적 클리셰라고도 할 수 있는 우발적인 시작에도 결국 진정한 사랑에 빠지는 주인공, 슈퍼스타 애인의 모습을 보며 느끼는 남자 주인공의 거리감과 이로 인한 잠깐의 이별, 하지만 서로를 잊지 못하고 상대가 어디에 있든 사랑을 위해 달려가는 장면까지. 그래서 평소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즐기던 이들이라면 가벼운 마음으로 시청할만하다.
이에 다소 오글거리는 대사까지 즐길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캣과 찰리의 기자회견장에서 이들의 결혼이 경솔하다 말하는 사람들에게 “순간이 모여 인생이 되니까”라고 답한다. 본인들의 결혼이 경솔한 행동이 아니며, 마주한 순간에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하지 않는다는 대사다. 또한 찰리의 12살 딸인 루는 가사를 쓰지 못해 끙끙대는 캣에게 “문제를 못 푼다고 포기하면 안 돼요. 문제 속으로 들어가면 답이 찾아와요”라는 말로 응원한다. 사실 이는 수학 교사인 찰리가 자신의 딸에게 알려준 문장으로, 영화는 이처럼 진지하지만 미소를 띠게 만드는 대사로 가득하다.
■시식평 ? 진부하지만 귀여울 수밖에 없는 그때 그 시절 레트로 로맨틱 코미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