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시그널] KIC, 주식·채권 수익률 폭락에 대체 비중 20% 돌파

상대적 안전판 역할하며 '반사효과'

대체투자 전문가 줄퇴사에 우려도





한국투자공사(KIC)가 올 해 주식과 채권 투자에서 큰 손실을 기록한 가운데 상대적으로 안전판 역할을 한 대체 자산의 투자 비중이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KIC에서 대체 투자 전문 인력이 줄줄이 퇴사한 데 대한 우려는 커지게 됐다.



서울경제신문 시그널이 5일 KIC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보고 문건을 입수해 파악한 결과 8월 말 기준 KIC의 대체자산 투자는 376억달러로 비중이 21.3%로 치솟았다. 지난해 말(17.5%)과 비교하면 8개월 만에 3.8%포인트(P) 늘어난 것이다. 대체투자 비중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간 약 3% 늘어나는데 그쳤는데 최근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KIC가 보유한 총자산은 1766억 달러를 기록한 가운데 주식과 채권 등 전통 자산은 1390억 달러를 차지했다. 대체자산은 △헤지펀드(14.3%) △사모주식(41.2%) △부동산·인프라(41.5%) △현금(2.9%) 등으로 구성됐다.





올 들어 대체자산 비중이 급격히 높아진데는 주식과 채권 등 전통자산 부문의 수익률이 급락하며 평가액이 쪼그라든 영향이 컸다. KIC는 연초부터 8월까지 주식과 채권 등 전통자산 투자 수익률이 -16.85%까지 떨어지며 전체 284억 달러(약 40조7171억 원)의 손실을 봤다. 전통자산 운용 규모가 줄면서 상대적으로 수익률에서 선방한 대체 투자 비중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KIC는 2009년 대체 투자에 첫 발을 디딘 후 매년 꾸준히 규모를 늘려가고 있다. 부동산 인프라, 사모주식, 헤지펀드 등 대체자산은 주식 등과 비교했을 때 변동성이 낮고 안정성을 키우는데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KIC 출범 후 올 해 8월까지 전통자산 누적 수익률은 연환산 4.21%에 불과했지만, 대체자산의 경우 8.36%로 두 배 가까운 성과를 냈다.

대체자산이 전체 수익률에 기여하는 바가 크고 비중도 예상보다 빨리 늘어나는데 비해 전문 인력들의 퇴사가 많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대체투자본부 내 부동산투자와 사모투자를 책임졌던 허재영 사모주식투자실장과 차훈 부동산투자실장이 각각 해외로 이직하는 등 총 18명의 인력이 빠져나갔다. 올 들어서도 8월까지 송성준 사모주식실장을 포함해 총 16명이 퇴사하는 등 핵심 인력 유출이 지속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업계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KIC의 연봉 등 낮은 처우가 운용역 퇴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민간 금융회사가 연기금에서 경력을 쌓은 운용역에 좋은 조건을 제시해 스카우트해 가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 세금으로 국부펀드를 운용하는 KIC의 인력 유출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면서 "긴 호흡을 갖고 운용해야 하는 대체투자 분야에서 퇴사가 빈번히 발생하면 자산 운용 안정성을 크게 해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충희 기자·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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