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단독] 야산 1평씩 팔면서 코인 끼워팔기…노인 4000명 등쳤다

'복합' 신종사기 기승

검찰, 2명 구속·도주 일당 추적

야산 개발한다며 1평씩 매각하고

60·70대 피해자들에 코인도 팔아

확인 피해만 393억…총 500억 추정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연합뉴스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연합뉴스




개발 가능성이 희박한 전방 지역 야산 1평과 암호화폐를 함께 팔아 300억 원대 돈을 가로챈 신종 사기범들이 검찰에 구속됐다. 고전적인 방식인 ‘땅 쪼개기’와 암호화폐 ‘끼워팔기’ 등이 복합된 신종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검 성남지청 수사과는 최근 김 모 씨 등 2명을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은 총책인 김 모 씨 등 2명도 추적하고 있다. 일당은 강원도 철원 일대 야산에 복합리조트를 개발한다며 투자자들에게 1평씩 땅을 쪼개 팔았다. 해당 지역은 전방 군사 지역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 군 허가가 없이는 애초 개발 자체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일당은 또 땅을 매각하면서 암호화폐인 ‘B코인’도 끼워팔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지역 총책 등을 통해 접촉한 투자자들을 ‘B코인 상장을 바탕으로 철원 일대에 테마를 유치한다’거나 ‘B코인이 해외 거래소에 연이어 상장한다’는 말로 꾀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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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파악한 피해자는 대부분이 60·70대 고령으로 4000여 명에 달한다. 확인된 피해금액만 393억 원가량이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것은 앞서 금융분석정보원(FIU)이 B코인 발행과 관련해 C사에 대한 ‘수상한 자금’ 흐름을 알려오면서다. 이후 검찰은 C사 서울 본사 등을 압수 수색했다. 검찰은 피해금액이 최대 500억 원에 이를 수 있다고 보고 총책 검거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최근 공범 2명을 구속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수사 중인 사항이라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한 금융전문 변호사는 “토지와 같은 실물자산을 기초로 코인을 발행한다면 땅의 가치에 따라 암호화폐 가격이 변동되는 만큼 ‘증권형 코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며 “이 경우 자본시장법이 적용되는 것이고 사기 혐의가 인정될 시에는 형법상의 사기가 아닌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가 적용돼 가중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전세계약은 물론 기획부동산·암호화폐까지 신종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른바 ‘사기꾼’들의 감언이설에 속아 피해를 보더라도 사정기관의 적극적인 수사와 환수 조치 외에는 구제가 쉽지 않다. 대검찰청이 7월 일선 검찰청에 펀드 등 투자 사기, 다단계·유사수신, 암호화폐 사기 등 국민을 상대로 한 다중 피해 경제범죄에 대해 강력 대응을 지시한 이유다. 특히 지난해 투자 열풍이 불었던 암호화폐의 경우 해마다 꾸준히 발행되고 있으나 실제 투자 가치 여부는 불확실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외 거래 현황은 물론 백서가 부실한 게 아닌지 또 허위공시·불공정거래가 있는지 등까지 꼼꼼히 체크해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병규 법무법인 이로 대표변호사는 “‘묻지마 투자’가 이뤄지던 초창기 시절 코인 사기는 백서조차 엉터리로 발행하는 ‘다단계 형식’을 띠었으나 요즘에는 투자자들의 수준이 올라가다 보니 최소한 백서 정도는 완성도 있게 만들고 있다”며 “주식시장의 시세조종 행위를 연상하게 하듯 기술력 없는 코인의 가격을 조작해 차익을 거두는 수법이 자주 쓰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주식의 경우 재무제표를 기반으로 나름 실체를 판단할 수 있으나 암호화폐는 그렇지 않다”며 “근거 없는 정보에 현혹되지 않도록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안현덕 기자·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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