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사우디·UAE서 미군·MD 철수"…美, OPEC+ 감산에 보복 채비

행정부·의회, 법안 발의 추진

"모든 조치" 전방위 제재 예고

연료 부족 최악의 상황 대비

美휘발유·디젤 금수도 논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 시간) 백악관으로 들어서고 있다. EPA연합뉴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 시간) 백악관으로 들어서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 정부와 의회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대규모 감산을 주도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미군과 미사일방어체계(MD)를 철수하는 내용의 법안 발의를 추진한다. 미국의 만류에도 감산 결정을 한 OPEC+를 상대로 보복에 나선 것이다. 백악관은 OPEC+의 감산으로 자국에서 석유가 부족해질 때를 대비해 휘발유와 디젤 등을 해외로 수출하지 못하게 하는 초강수 조치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6일(현지 시간) 미 의회와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OPEC+에 보복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발언들이 쏟아졌다. 톰 맬리나우스키 등 민주당 소속 하원의원 3명은 이날 성명에서 OPEC+ 회원국인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미군과 MD를 철수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미국과 맞서는 나라들을 지켜줄 이유가 전혀 없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국방을 부탁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사우디와 UAE는 대표적인 중동 내 우방국이지만 러시아에 이득이 되는 감산을 지지한 이상 미국이 이들 국가와의 관계를 단절해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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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모든 입법적 도구를 검토하고 있다”며 OPEC+를 대상으로 한 추가 ‘보복 입법’ 가능성을 높였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OPEC+의 감산에 대응할) 모든 대안 조치를 살펴보고 있으며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바이든 대통령은 모든 (보복) 수단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검토하고 있다”면서 OPEC+를 상대로 한 미국 정부 차원의 전방위 제재를 예고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페루 리마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우디 정부와의) 향후 관계에 대해 여러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반OPEC 법안으로 알려진 ‘석유생산수출카르텔금지(NOPEC)’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미국 내에서는 OPEC+의 감산에 따른 연료 부족 대비책도 논의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백악관이 최후 수단으로 미국 휘발유·디젤의 수출을 금지하는 ‘금수 조치’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 경우 세계 원유 시장의 혼란을 부추기고 고물가를 더욱 자극하는 역효과를 낼 수 있어 미국 관료들이 고심 중이라고 WSJ는 설명했다. 또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에너지 전환 기조로 미국산 셰일오일 생산량이 감소하는 것도 금수 조치의 장애물로 꼽힌다.


조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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