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도 10월에는 정점이 되거나, 소망컨대 정점이 지났기를 희망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물가 관련 질의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올 들어 이어진 물가 상승세가 이제는 꺾일 일만 남았다는 말이죠. 이른바 ‘10월 물가 정점론’입니다. 실제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 7월 6.3%(전년 동월 대비)까지 오른 뒤 8월(5.7%)에 이어 9월에도 5.6%를 기록하며 두 달 연속 둔화했습니다.
하지만 곳곳에서 물가 상승 폭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8월과 9월 물가 상승세는 국제유가가 하락한 덕에 다소 잦아들었는데, 최근 국제유가가 다시 오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7일(현지 시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4.74% 오른 배럴당 92.64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8월 말 이후 처음으로 다시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선 것이죠.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가 경기 침체 우려에 11월부터 원유 생산을 하루 200만배럴씩 줄이기로 한 여파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원·달러 환율도 1400원을 웃돌고 있습니다.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서 환율까지 고공행진하며 수입물가를 밀어 올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렇게 되면 각종 가공식품 가격이 연쇄적으로 오릅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각종 가공식품의 경우 제조 원가에서 원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74.8%입니다. 그런데 이 원재료가 대부분 밀과 대두·옥수수·원당 등 수입산이죠. 업계 입장에서는 생산비 부담이 커지는 것이고, 이런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소비자들이 느끼는 물가 부담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먼저 국제유가 상승분은 통상 2~3주 뒤에 주유소 판매 가격에 반영됩니다. 최근 리터당 평균 1674원까지 내려온 휘발유 가격이 이달 말 다시 오를 것이 확실시되죠. 가공식품 등이 포함되는 외식 물가도 계속 뛸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9월 외식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9.0% 치솟아 30년 2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국제유가 상승, 환율 급등으로 가공식품 물가에 대한 상방 요인이 있는 상황에서 외식 수요가 커지는 연말까지 다가오며 물가 자극 요인이 가중되고 있죠.
최근 물가 불안은 분명 정부가 통제하기 어려운 대외 요인에서 비롯됐습니다. 다만 이런 상황이 다시 소비자들의 물가 기대 심리를 자극해 실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물가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정책 지원이 더욱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