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히잡시위' 진압에 실탄 사용…어린이 19명 등 185명 사망

이란 반정부 시위 4주째 지속

EU 이란 관리 자산동결 검토 등

강경 진압에 서방 제재도 확산

8일(현지 시간) 이란 케르만샤주 자바루드에서 반정부 시위가 계속된 가운데 도로 일부가 불길에 휩싸인 모습을 찍은 영상이 SNS에 올라왔다. 로이터연합뉴스8일(현지 시간) 이란 케르만샤주 자바루드에서 반정부 시위가 계속된 가운데 도로 일부가 불길에 휩싸인 모습을 찍은 영상이 SNS에 올라왔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란에서 ‘히잡 의문사’를 계기로 시작된 반(反)정부 시위가 4주째 이어지고 있다. 이란 치안 당국의 강경 진압으로 현재까지 사망자 수가 어린이 19명 포함해 최소 185명으로 늘어났지만 시위는 더욱 격화하고 있으며 미국·캐나다·유럽 등 서방 국가들은 인권 탄압을 이유로 이란 당국자들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9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다 사망한 여성 마흐사 아미니(22) 사건을 계기로 시작된 시위는 주말인 8~9일에도 이란 전역에서 계속됐다. 소셜네트워크(SNS)상에는 한 남성이 시위 진압에 나선 경찰을 향해 “임신한 아내를 때리지 말라”고 소리 지르는 영상을 포함해 현지 보안군이 학생들을 구타하거나 여학생의 뒤를 쫓는 영상들도 올라왔다. 이란 보안군이 시위 진압 과정에서 최루탄과 곤봉뿐 아니라 실탄을 사용하고 있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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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보안군의 강경 진압으로 인명 피해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인권단체인 ‘이란인권’은 현재까지 희생된 시위대의 수가 최소 185명으로 불어났고 이 가운데 19명은 어린이라고 밝혔다. 로이터는 “어린이까지 희생되고 있다는 사실에 시위대의 분노는 더욱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전날에는 이란 국영방송에서 돌연 기존 방송의 송출이 끊기고 약 11초간 반체제 영상이 방영되는 일도 벌어졌다. 해킹에 의한 것으로 보이는 영상에는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불길에 휩싸이고 표적으로 조준되는 이미지와 아미니의 흑백 사진이 담겼다.

서방국들은 이란 당국이 ‘폭력’으로 이란 국민을 탄압하고 있다며 각종 제재를 가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에 이어 이달까지 이란 관리 총 10여 명을 제재 명단에 올렸고 캐나다는 이란군과 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입국 금지 조치를 내렸다. 로이터는 “유럽연합(EU)도 이란 관리들의 자산을 동결하고 이들의 해외 여행을 금지하는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와 네덜란드는 이란에 머무는 자국민에게 대피령을 내린 상태다.


조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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