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주택

인근 미성2차 호가 7억 '뚝'…"강남 똘똘한 한채도 안 쳐다봐"

◆압구정 현대 평당 1억 붕괴…흔들리는 '강남불패'

도곡렉슬 134.9㎡도 석달새 7억↓

"더 떨어질 것" 매수자 관망세 확산

강남 매매건수 5월이후 매달 줄어

가격조정, 강남 중심까지 이어져

한은 두번째 '빅스텝' 가능성 높아

"매수위축 심화에 집값하락 가속화"

서울 남산에서 본 서울 아파트. 연합뉴스서울 남산에서 본 서울 아파트. 연합뉴스




“압구정동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전세를 낀 갭투자가 불가능해 일반 수요자들은 매수하기에 부담을 느끼는 지역입니다. 그나마 ‘똘똘한 한 채’로 각광받던 압구정현대아파트마저 요즘 분위기가 달라졌어요. 매수자들이 평당 1억 원이 넘는 매물은 쳐다보지도 않고 1억 원 아래 매물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압구정동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




지난해 4월 압구정동 사상 첫 ‘평당 1억 원’을 쏘아 올린 이후 고공 행진을 이어가던 압구정현대의 ‘강남불패’ 신화가 흔들리고 있다. 10월 들어 압구정현대6차 전용면적 144.7㎡(공급면적 48평)의 거래 가격이 올 들어 처음으로 평당 1억 원을 하회한 것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과 집값 고점 인식에 전국적으로 부동산 매수심리가 얼어붙으면서 ‘강남도 예외일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상징적 사례라고 보고 있다.

◇전국적 침체 속 ‘강남불패’도 사라져=1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서울 강남구에서는 최고가 대비 하락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압구정현대와 함께 강남 재건축 최대어로 뽑히는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43㎡는 8월 25억 7000만 원(5층)에 중개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11월 신고가였던 28억 2000만 원(5층)에 비해 2억 5000만 원, 직전 거래인 5월 27억 7000만 원(13층) 대비 2억 원 내린 금액이다.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아파트’ 전용 134.9㎡도 8월 42억 3000만 원(21층)에 손바뀜되며 5월 49억 4000만 원(18층)으로 최고가를 찍은 지 석 달 만에 7억 원 이상 떨어졌다. 같은 달 28억 2000만 원(5층)에 거래된 청담동 ‘청담래미안로이뷰’ 전용 110.2㎡ 역시 지난해 12월 거래된 최고가 38억 원(14층)보다 9억 8000만 원 하락했다.



인근 지역 공인중개사들은 “수요자들 사이에서 ‘강남조차 집값이 고점에 다다랐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호가가 더 떨어지길 기다리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강남구 압구정동의 B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매수인들은 당분간 호가가 더 내려갈 수 있다는 생각에 웬만한 가격에는 눈길도 주고 있지 않는 상황”이라며 “요즘 같은 분위기에서는 평당 1억 원 아래라도 거래가 되는 게 다행”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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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가 ‘뚝뚝’…조정 가격 ‘굳히기’도=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강남구가 포함된 동남권 매매수급지수는 올해 5월 이후 꾸준히 하락하며 10월 첫째 주(3일 기준) 82.8을 기록했다. 3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로 매수자들의 관망세가 짙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에서 이뤄진 아파트 매매건수는 5월 109건을 기록한 후 6월 65건, 7월 50건, 8월 58건, 9월 18건(집계 중)으로 다달이 줄어들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압구정동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호가의 매물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7월 80억 원(6층)에 거래되며 큰 관심을 받았던 현대1차 전용면적 196.2㎡ 역시 가장 저렴한 매물이 73억 원(3층)까지 떨어졌다. 인근 단지인 미성아파트 2차도 140.9㎡가 40억 원에 매물로 나와 4월 동일 면적이 47억 원(3층)에 거래된 것과 비교해 7억 원 내렸다.

강남·서초구와 함께 ‘강남3구’로 꼽히는 송파구에서는 조정된 가격이 시세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송파구 잠실동 대표 단지인 ‘엘리트(엘스·트리지움·리센츠)’ 중 잠실엘스 전용 84.8㎡의 경우 이달 7일 19억 5000만 원(12층)에 중개 거래됐다. 해당 아파트는 8월 27일에도 동일 면적 7층이 19억 5000만 원에 거래돼 ‘엘리트’ 중 처음으로 20억 원 아래로 떨어진 바 있다. 인근 단지인 트리지움과 리센츠 전용 84㎡도 수개월 전 마지막 실거래가는 20억 원 이상이었으나 현재 호가는 각각 19억 원, 19억 5000만 원에 형성돼 있다.

◇한은 금리 인상 예고에…“더 떨어진다”=한국은행이 12일 사상 두 번째 ‘빅스텝(0.50%포인트 금리 인상)’을 밟을 것으로 예상되며 전문가들은 특정 지역·단지를 가리지 않고 당분간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당초 한국은행은 가계부채 등을 우려해 연말까지 0.25%포인트씩 금리를 올리려 했으나 미국의 네 번째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이 유력해지며 계획 수정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시장에 ‘집값 고점’ 인식이 퍼진 가운데 매수자들의 이자 부담까지 가중되면 매수심리는 갈수록 더욱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주택시장 분위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이전 실거래와 비슷한 가격에 매수에 나설 수요자들은 적다”며 “빅스텝이 예상되면서 매수심리는 더욱 강하게 위축될 것으로 전망돼 국내 최고 입지를 가진 강남은 물론 특정 단지에 교통·재건축 호재가 있더라도 전반적으로 신고가 경신 사례는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한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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