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이슈 리포트] 법인세 인하 혜택 30%는 근로자 몫…'부자감세 함정'서 벗어나야

■기업 세제개편 둘러싼 오해와 진실-김학수 KDI 선임연구위원

韓, OECD 유일 4단계 누진 구조

징벌적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에

결손금 이월공제 한도 축소까지

기업 투자·고용 막는 제도 수두룩

최고세율 내리고 체계 단순화 땐

실적 개선돼 배당·주가에도 도움

R&D공제도 늘려 성장 촉진해야





원유와 가스 등 부존자원이 빈약한 대한민국이 이룬 경제 발전은 여러 경제주체의 희생과 노력의 성과다. 우수한 능력과 성실함으로 열심히 살아온 국민들과 다양한 사업 기회를 발굴해 실현한 기업들의 공로다. 부존자원 빈국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더욱 부강한 국가를 만들기 위해 국민과 기업이 보다 힘차게 뛸 수 있도록 정부는 지원해야 한다. 특히 지금처럼 고물가·고이자율·고환율의 3고 시대에는 높은 투자 위험에 따른 투자 위축을 완화할 수 있는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바로 법인세 인하다. 2014년 한국 법인세제의 전반적인 국제 경쟁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13위였다. 다른 국가들은 세율을 인하하는 등 법인세제 국제 경쟁력 제고를 통해 자국 기업을 지원했으나 2010년 이명박 정부의 법인세율 인하 이후 소모적이고 정치적인 부자 감세 논란으로 우리는 대기업 법인과세를 강화했다. 연구개발(R&D) 세액공제율 축소, 미환류법인소득세제 도입, 결손금 이월 공제 한도 축소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대기업 증세 기조는 우리나라 법인세제의 국제 경쟁력을 2016년 20위로 떨어뜨렸다. 이후 법인세율 3%포인트 인상, 누진 구조 강화, 징벌적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 강화는 다시 우리나라 법인세제의 국제 경쟁력을 8단계나 추락시켜 2018년 28위로 낮아졌다. 2019년에는 대기업의 결손금 이월 공제 한도를 사업소득의 60%로 축소했다. 국제적 추이에서 벗어난 법인세 정책 기조가 유지되는 몇 년 사이 우리나라 법인세제의 국제 경쟁력은 33위로 추락했다.


국가채무비율 130% 넘는 미국·영국과 다른 한국

일각에서는 영국이나 미국의 사례를 언급하며 법인세제 개편을 철회하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그릇된 판단이다. 영국과 미국의 국가채무비율은 130%를 넘는다. 재정 여력이 고갈된 상황에서 영국은 지출 구조 조정 없이 소득세 최고세율을 45%에서 40%로 인하하는 감세 계획과 법인세율을 19%에서 25%로 인상하는 계획을 백지화했다. 그러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로 영국 정부는 개인소득세 최고세율 인하 계획만을 철회하고 법인세율 19%를 유지하기로 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안은 기본적으로 재정지출 확대 법안이며 필요 재원을 조달하고 글로벌 최저한세 과세 권한을 확보하기 위해 일부 대기업의 회계장부 소득에 15%의 최저한세를 부과한다. 우리나라 다국적기업은 17%의 최저한세율이 적용되고 있어 미국의 최저한세 도입에 대응하는 정책을 고려할 필요가 없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 때 35%에서 21%로 인하된 세율을 미국 재건을 위한 재원 조달을 위해 28%로 인상하겠다는 조 바이든 정부의 공약은 인플레이션감축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여전히 21%의 단일 세율이 유지되고 있다.


미국과 독일에서 입증된 법인세율 인하 효과

현 정부는 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4단계 누진 구조로 법인소득에 과세하는 세율 체계를 2~3단계로 단순화하고 최고세율을 3%포인트 인하해 OECD 평균 수준으로 국제 경쟁력을 제고할 계획이다. 최고세율 인하는 세후 투자 비용 축소를 통해 대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촉진할 것이며 대기업의 실적 개선은 배당과 주식 시세 차익 등으로 모든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미국 기업 자료를 분석한 2018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1%포인트의 세율 인하는 기업 투자자산의 4.7%에 해당하는 투자를 증가시키고 매출액의 0.3%에 달하는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확대해 주주가치를 제고하며 총자산의 5.3%에 이르는 부채를 축소시킨다. 미국의 주별 지방법인세율이 1%포인트 인상되면 약 100개의 사업장 중 4개가 다른 주로 이전하고 사업장의 투자와 고용을 감소시킨다는 2019년의 연구 결과도 있다.



독일 제조 기업의 투자 계획과 실제 투자를 분석한 2022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업들이 세금 인상 첫해에 기존의 투자 계획을 추가된 세금 부담의 두 배가량 줄이고 경기 침체기에 1유로의 세금 증가는 4.24유로의 투자를 축소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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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 인하는 국민을 위한 투자

다른 국가들도 법인소득에 중과해 정부 재원을 마련할 수 있지만 그러지 않는다. 다양한 유형의 자연인들의 결합체인 법인의 소득을 누진 중과해 소득재분배 효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OECD 국가들은 우리보다 4%포인트나 낮은 단일 세율로 법인세를 부과한다. 법인 자본의 이동성이 자유롭지 않아 법인세 인상에 대응해 기업이 낮은 세율의 국가나 지역으로 이전할 수 없더라도 법인세 부담의 30~35%는 근로자가 부담한다.
자본의 국제 이동성이 자유로울 경우 근로자의 법인세 부담은 더 크다. 법인세 부담의 전가는 여성·저숙련·시간제 근로자 등 취약 근로자나 노동집약적산업에서 더욱 명확하게 나타난다. 이처럼 결과적으로 법인세 인하의 30% 이상은 근로자에게 돌아간다. 법인세는 부자 감세가 아니라 모든 국민을 위한 투자다.
또한 정부는 기업의 합리적 의사 결정을 훼손하고 추가 과세하는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를 폐지할 방침이다.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는 기업소득의 일정 비율을 투자, 임금 증가, 상생 협력으로 지출하지 않으면 미달하는 금액의 20%를 추가 과세하는 징벌적 제도다. 기업소득은 인적·물적 생산요소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투입해 산출된 결과물인데 이 제도에 의해 기업은 비효율적 생산방식을 사용하거나 세금을 더 내야 한다. 2020년 조세특례심층평가의 제안대로 코로나19 위기 극복이 가시화되는 시점에 폐지해야 한다. 그뿐 아니라 복잡한 제도 설계로 금전적 세금 부담에 더해 납세 협력 비용도 추가로 발생한다. 미환류법인소득세가 처음 신고된 2016년에 세제의 단순성 측면의 국제 경쟁력이 9단계나 하락했으며 2018년 현행 제도가 시행되며 두 단계나 더 떨어졌다. 이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우리 중소기업은 결손금과 과거의 이익을 통산해 지난 2년간 납부한 세액을 한도로 환급받거나 미래 소득에서 이월 공제받을 수 있다. 중소기업 이외의 일반 법인은 결손금 이월 공제만 받을 수 있다. 중소기업의 이월 공제 한도는 사업소득의 100%까지이나 일반 법인의 경우 60%로 제한돼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법인세를 대부분 부담하고 있는 일반 기업들이 결손금을 공제할 수 있는 여지를 더 열어주고 적자 기업들의 재기를 지원해야 한다. 80%로 이월 공제 한도를 확대하는 이번 개정안은 손비의 제도적 회복 가능성의 국제 경쟁력을 높인다.


대기업 R&D 세액공제율 확대 개편도 필요

이번 세법개정안에 담기지 못한 대기업 R&D 세액공제율의 확대 개편은 향후 추가적으로 고려돼야 할 성장 동력 확충 방안이다. 대부분의 법인세를 부담하고 대부분의 민간 R&D 투자를 담당하는 대기업의 세액공제 규모가 큰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이를 용인하지 못하고 부자 감세라 주장하며 대기업 R&D 세액공제율을 지나치게 축소해 2021년 현재 우리나라의 대기업 R&D 조세 지원 수준은 OECD 평균의 8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대기업이 수행하는 R&D에 내재돼 있는 위험도 정부가 함께 부담해 혁신 성장을 촉진하는 것이 부존자원 빈국인 대한민국이 강대국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길이다.

OECD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법인세제 경쟁력

3고 시대에 기업 경영 환경이 심각하게 위축되고 있고 우리나라 법인세제의 국제 경쟁력은 OECD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세율 체계 개편,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의 폐지, 결손금 이월 공제 한도 확대는 경영 환경 악화로 축소될 수밖에 없는 기업 투자의 감소 폭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주식 투자 저변 확대와 저소득층도 부담하는 국민연금 기여금으로 적립된 기금의 44%가 국내외 주식에 투자되고 있는 정책 환경의 변화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재정 여건 개선을 위한 증세 정책은 학령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기계적으로 내국세수의 20.79%를 배정하는 비합리적이고 비효율적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개혁이 선행된 후에 고려해야 한다. 향후 증세를 본격적으로 고려하더라도 OECD 국가들처럼 법인세 중과로 인해 유발되는 경제적 초과 부담을 감안해 신중한 증세 대상을 선택해야 한다.


김학수 KDI 선임연구위원김학수 KDI 선임연구위원


■ 김학수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귀국 후 산업연구원·국회예산정책처·한국경제연구원·한국조세재정연구원 등 여러 기관에서 경제정책, 특히 조세·재정정책에 관한 연구를 활발히 수행했다. 2018년 한국세무학회 부회장을 맡았으며 현재 한국경제학회 한국경제포럼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9년 가을부터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재직 중이며 2020년 11월부터 2022년 8월까지 재정·사회정책연구부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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