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건설 시장 어지럽히는 ‘벌떼 입찰’ 뿌리 뽑아야


공정한 경쟁 원칙을 깨고 건설 시장을 어지럽히는 ‘벌떼 입찰’에 칼을 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벌떼 입찰은 추첨으로 이뤄지는 공공 택지 입찰에서 일부 건설사들이 수십 개의 위장 계열사를 동원해 낙찰 확률을 높이는 행위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이런 방식으로 택지를 취득한 회사에 계약 해지 등을 추진하고 추첨에 참여 가능한 모기업과 계열사 수를 1필지에 1개로 제한하도록 제도를 바꿨다. 국세청도 벌떼 입찰로 공공 택지를 분양받은 의혹을 사는 8개 건설사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불공정 입찰 등의 조사 권한을 가진 공정거래위원회는 “당시 국토부가 제도적으로 금지하지 않아 공정거래법 적용이 가능한지 검토가 필요하다”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최근 3년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공 택지를 추첨 공급한 133필지 중 111개 필지(83%)에서 페이퍼컴퍼니 의심 정황이 확인됐을 정도로 벌떼 입찰은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시장이 공정하게 운영되지 않으면 권력과의 유착이나 탈세 등 각종 비리가 생겨나고 결국 소비자들이 큰 피해를 입게 된다. 일부 건설사가 미성년 자녀의 이름으로 계열사를 만들어 증여세까지 탈루한 의혹이 적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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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호반·대방·중흥·제일·우미 등 5개 건설사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178필지의 공공 택지 중 67필지(37%)를 낙찰받았다. 건설 업계에서는 “편법으로 공공 택지 개발을 싹쓸이한 업체들은 과도한 이익을 취하면서 무한 성장했고 건설 시장은 혼란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총리실과 국토부·공정위 등 관련 부처들은 적극적으로 협력해 이런 불공정 행위가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감사원과 검찰도 위장 계열사를 동원한 입찰 의혹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또 공공 택지 불법 개발에 대해서는 개발이익 환수 조치를 취해야 건설 비리를 뿌리 뽑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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