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경매법정 절반도 못채워…응찰 않고 참관만

■찬바람 부는 경매시장

부동산 빙하기에 '지켜보자'

팬데믹 심했던 작년보다 적어

50여명 중 입찰객 10명 불과

33건 중 낙찰 물건 4건 그쳐

낙찰가, 평가액 크게 밑돌아

지난 13일 서울 신정동 서울남부지법 경매법정을 찾은 이들이 매각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게시판을 둘러보고 있다. 김연하기자지난 13일 서울 신정동 서울남부지법 경매법정을 찾은 이들이 매각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게시판을 둘러보고 있다. 김연하기자




13일 서울 양천구 신정동 서울남부지법 경매법정 앞. 경매 개시 시간인 오전 10시를 훨씬 앞둔 시간부터 법정을 찾은 이들로 붐볐다. 이들은 법정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며 한켠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경매 관련 업체에서 나눠준 정보지를 살피거나 게시판을 둘러봤다.

약 한 시간이 지난 9시 50분, “입찰에 참여하실 분들 들어오세요”라는 안내와 함께 문이 열리자 수십 명의 사람들이 법정에 입장했다. 이날 154석의 경매법정을 찾은 이들은 50여 명. 부동산 빙하기라는 말에 비해서는 좌석이 제법 찼다. 법원 관계자는 “지난주에 비해 오늘 법정을 찾은 이들이 두 배 정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코로나19가 심각했던 지난해보다는 훨씬 적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1815A25 찬바람 부는 경매시장1815A25 찬바람 부는 경매시장




경매는 매각 절차 개시 불과 10여 분 만에 종료됐다. 이날 경매에 나온 전체 물건은 총 33건. 이 중 낙찰된 물건은 4건에 불과했다. 그나마 2건은 단독 응찰로 낙찰됐고 다른 1건은 응찰자가 2명에 그쳤다. 1건에 대해서만 6건의 응찰이 이뤄졌다. 법정을 찾은 50여 명 중 실제 응찰한 이들은 10명에 불과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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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법정을 채운 상당수는 참관 목적으로 방문했거나 경매 정보 업체나 대출 알선 업체에서 나온 이들이었다. 법정 앞 복도에서 입찰표와 입찰봉투를 들고 있던 이들도 이를 입찰함에 넣지 않고 인증샷을 남겼을 뿐이었다. 한 60대 여성은 “요즘 경매시장이 어떤지 그냥 분위기나 보러 왔다”며 “실제 입찰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낙찰가도 감정평가액을 크게 밑돌았다. 이날 6건의 응찰 끝에 낙찰된 물건은 서울 구로구 오류동 동부골든아파트(전용면적 59.94㎡)였는데 감정평가액 6억 1000만 원을 크게 밑도는 4억 4387만 원에 낙찰됐다. 이 물건은 올 8월과 9월에 두 차례 유찰됐는데 지난달에는 최저 매각가가 4억 8800만 원이었는데도 응찰이 없었다. 이 아파트는 올 들어 5억 6000만~5억 9000만 원에 3건의 매매계약이 체결됐으며 현재 호가는 5억 5000만~5억 9000만 원 수준이다. 부동산 하락세가 이어지는 현시점에서 시세보다 현저하게 낮은 가격이 아니면 투자자가 몰리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동부골든아파트의 경우 감정평가액 대비 72%의 낙찰가율을 보였는데 이는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며 “응찰 2건이 이뤄진 물건도 임차인이 직접 낙찰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통계로도 나타난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 1월 36.4%에 달했던 낙찰률은 지난달 30.2%로 급락했다. 같은 기간 평균 응찰자 수도 3.7명에서 3.2명으로 감소했다. 이 연구원은 “계속되는 대출 규제로 매수에 제동이 걸리는 상황에서 매매 시장 호가까지 많이 떨어지자 감정가가 상대적으로 높아 보이기 때문에 낙찰률은 앞으로도 더 떨어질 것”이라며 “다만 재건축 등의 이슈가 있는 물건에 대해서는 여전히 관심이 높은 만큼 개별 물건의 매력도에 따라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연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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