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개집 속 수상한 기계…'070→010' 둔갑시키는 보이스피싱 변작기

경찰, 4~6월 집중단속 변작 중계기 9679대 철거

단속강화에 피싱 피해 급감…9월 전년比 32% '뚝'

범죄조직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집에 변작 중계기를 묻어놓는 수법을 활용한다./사진제공=경찰청범죄조직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집에 변작 중계기를 묻어놓는 수법을 활용한다./사진제공=경찰청






'070'으로 시작하는 인터넷 전화번호를 '010' 휴대전화 번호로 바꿔주는 이른바 '변작 중계기'를 이용한 보이스피싱 범죄가 발생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국제전화나 '070'으로 시작되는 번호가 전화금융사기 또는 스팸전화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역이용한 신종 범죄수법이다.

18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변작 중계기에 대한 전국 동시 집중 단속을 벌여 총 9679대를 적발해 철거했다. 경찰은 8월부터 이달 말까지 이어지는 2차 특별단속을 진행 중이다.

경찰의 변작 중계기 등 단속 결과 지난 9월 보이스피싱 피해 건수는 1284건으로 전월(1895건)대비 32.2% 급감했다. 이는 2016년 10월(1020건) 이후 5년 11개월 내 최저 수준이다. 피해액은 316억원으로 전월(475억원) 대비 33.5% 감소했다. 이는 2018년 6월(286억원) 이후 만 4년3개월 내 가장 낮은 수치다.

범죄조직은 경찰의 단속 강화에 맞서 다양한 형태로 변작 중계기를 은닉하기 시작했다. 지난해까지는 원룸과 모텔 등지에 변작 중계기를 설치해 사용하는 방식이 다수였다.



최근에는 USB 포트 형식 중계기나 태양광 패널·무선 라우터·이동형 대형 배터리 연결 등 기술이 발달하면서 범죄수법이 고도화되는 추세다. 이에 변작 중계기가 발견되는 곳도 ?산속 중턱이나 폐건물 옥상에 태양광 패널 연결 설치 ?배터리를 연결해 고가 밑 땅속에 파묻어 설치 ?건설현장 배전 설비함 내 또는 건축 중인 아파트 환기구 내부 ?아파트 소화전 내 ?도로 충돌 방지벽 옆 수풀 속 등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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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차량이나 오토바이에 변작 중계기를 싣고 다니거나, 가방 안에 변작 중계기를 넣고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등 범죄조직은 경찰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기상천외한 방법을 총동원하고 있다.

경찰은 범죄조직의 수법이 진화하면서 변작 중계기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15개 시도청에서 172명이 변작 중계기 단속 활동을 하는데 통신사와 협업하지만 숲속이나 이동하는 버스 등을 추적하며 한강 모래밭에서 바늘을 찾는 상황”이라며 “경찰이 중계기를 계속 철거함에도 사기 조직이 끊임없이 신종 수법을 만들어내면서 계속 중계기를 설치하고 있는 만큼 중계기가 보이스피싱 범행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역설적으로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변작 중계기를 이용한 보이스피싱 관련 주의해야 할 사기 수법을 소개했다.

/사진제공=경찰청/사진제공=경찰청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무작위로 발송된 ‘대출·정부지원금’으로 해당 메시지의 99%가 미끼문자다. 검사·검찰수사관·금융감독원이나 은행직원 등이 카카오톡을 통해 ‘대출신청서’·‘보안 프로그램’ 등 어떠한 명목으로 링크를 보낸다면 이는 ‘악성 앱’일 가능성이 100%다. 악성 앱이 깔린 휴대전화는 관리 권한이 통째로 넘어가는 일명 ‘강수강발’ 상태가 된다. 감염된 전화로 거는 모든 전화가 범인들에게 연결돼 사기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다. 만약 악성 앱이 설치된 것으로 의심되면 다른 사람의 휴대전화나 일반전화로 확인 전화를 해야한다. 국가기관·금융기관 등 정부기관에서 현금·가상자산·문화상품권을 요구하는 것도 자주 나오는 사기수법이다. 경찰 관계자는 “금융기관이나 수사기관은 영장 등 공문서를 절대 사회관계망서비스나 문자로 보내지 않는다”라면서 “특히 수사를 포함해 특정인에게 불이익을 주기 위한 모든 절차는 서면으로 진행되는 것이 원칙이므로, 전화를 받았다면 ‘서면으로 절차를 진행해달라’고 이야기하고 전화를 끊으라”고 조언했다.

박우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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