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브랜드 미샤의 경영권이 시장에 매물로 나온 가운데 중화권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미샤가 한때 중국에서 선풍적 인기를 모으며 브랜드 인지도에 강점이 있는 만큼 코로나 펜데믹 이후 경영 풍파를 이겨낼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활동하는 투자회사 4곳과 중국계 유통업체 2곳 등 다수의 중화권 기업들이 에이블씨엔씨(078520) 인수에 관심을 표하고 있다. 에이블씨엔씨는 미샤를 운영하는 코스피 상장사다. 현재 IMM 프라이빗에쿼티(PE)가 지분 59.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IB업계 관계자는 "중화권 재무적, 전략적 투자사들이 기밀유지협약을 맺고 티저 형태 투자설명서(IM)를 수령해 갔다"면서 "연매출이 168억 달러에 이르는 유통업체도 롱리스트에 포함되는 등 중국계 투자자들의 관심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IMM PE는 2017년 에이블씨엔씨 지분 25.5%를 1882억 원에 매입했고, 이후 1년 동안 공개 매수와 유상증자 등을 통해 지분을 늘렸다. 이 과정에서 약 2300억 원이 추가 투입됐는데, 이중 약 1200억 원은 인수 금융을 통해 조달했다. IMM PE는 지난달 채권단과 협의를 거쳐 내년 6월로 인수 금융 만기를 연장하고 본격적인 지분 매각 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시장에선 에이블씨엔씨가 5년 전 경영권 변동 당시와 비교해 높은 가치를 받기가 쉽지 않다는 견해가 적지 않았다. 실제 국내 화장품 로드숍의 몰락과 함께 실적이 내리막길을 걷는 데다 한국 화장품 업체 매출을 견인했던 중국 시장 내 인기 역시 꺾이고 있기 때문이다. 에이블씨엔씨 주가는 18일 종가 기준 주당 4405원으로 시가총액은 1191억 원에 그쳤다.
하지만 브랜드 초기 중저가 상품 이미지가 강했던 미샤가 최근 브랜드 개선에 성공했고, 중국 등 해외에서는 여전히 '한국 로드숍의 원조'라는 프리미엄을 얻고 있어 인수시 강점도 분명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매각 주관을 맡고 있는 크레디트스위스 역시 이같은 부분을 내세워 국내·외 투자자들을 모으는 것으로 전해졌다.
매각 측은 특히 에이블씨엔씨의 실적이 올 들어 흑자 전환에 다가서자 반전의 기틀을 마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 에이블씨엔씨 매출은 1216억 원, 영업이익은 24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 특히 북중미와 일본에서 지난해 대비 매출이 각각 74.4%, 16.3% 증가해 선진국 매출과 인지도가 두터워지고 있는 것이 매각시 조명을 받을 전망이다.
에이블씨엔씨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국내 투자자들은 중화권 기업들의 투자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에 촉각을 세우는 분위기다. 현지 전략적 투자자가 지분 인수에 참여하면 중화권에서 미샤가 새 유통 경로를 확보하며 다시 욱일승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한 사모펀드 관계자는 “매각 측에서 여러 경로로 투자자를 접촉하는 건 당연한 일이어서 실제 성사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중화권 회사가 미샤의 지분 인수에 참여하면 향후 영업 활동에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어 업계도 적잖이 신경을 쓰는 듯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