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김태기의 인사이트]중국몽은 가고 중국 위기가 온다

김태기 일자리연대 집행위원장(전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3연임' 習, 당대회서 계획경제 강조

경기 타격·물가 불안 가능성 커져

韓, 中에 대한 수출입 의존 낮추고

반도체 등 독자적 공급망 구축을





역대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는 주가에 호재로 작용했지만 최근에 끝난 20차 당대회는 달랐다. 개막일 즈음해 예정됐던 경제성장률 발표가 갑자기 미뤄지면서 주가는 급락했다. 폐막일에 홍콩은 기술주 중심으로 6% 이상 폭락했다. 미국의 중국 주식도 마찬가지였다. 위안화도 2008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자본 대탈출의 이면에는 정변에 가까운 권력 재편이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한 도시 봉쇄에 반대하던 리커창 총리 등 경제안정론자들이 밀려나고 이들의 후견인 격으로 알려진 후진타오 전 주석은 폐막식 도중 퇴장당했다. 시진핑 주석에게는 영수라는 칭호가 붙여지며 1인·영구집권 시대로 변한 것이다.



시 주석의 측근들로 최고지도부가 구성되면서 중국은 더 폐쇄적이고 공격적이 될 것 같다. 시 주석은 당대회에서 대만 통일을 위해 무력을 불사한다는 점과 중국식 사회주의 현대화를 강조했다. 중화주의와 사회주의를 위해 군사력과 계획경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군사력 강화는 군비 지출 증가, 계획경제 강화는 시장경제의 후퇴를 의미한다. 어떤 나라든 사회주의 계획경제는 경제성장보다 소득분배를 중시한다. 정부가 생산과 소비는 물론 자본과 노동의 투입을 통제하기 때문에 국방 등 특정 부문은 발전해도 경제성장은 둔화할 수밖에 없다. 실업률은 낮아도 부패가 많아져 자원 배분이 비효율적이고 생산성도 하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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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 계획경제의 말로를 아는 미국 등은 느긋한 모습이다. 대만 전쟁의 위험이 커졌으나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는 시진핑의 3연임이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축복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중국에 따라잡힐지 모른다는 위기에서 벗어나겠지만 세계 경제 전체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중국 경제의 후퇴로 글로벌 경기가 타격을 받고 물가도 불안해질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외부로부터의 기술 도입은 물론 내부의 혁신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기 어렵다. 반면 인구는 많지만 식량과 자원이 부족해 자급자족이 어려운 국가이기 때문에 소비재 생산 차질로 해외 수입을 늘리게 될 것이다.

중국몽은 가고 중국 위기가 오면서 세계 경제는 더 불안해진다. 중국 성장을 주도한 부동산 경기가 붕괴하면서 금융위기 가능성은 이미 커졌다. 코로나19로 도시 봉쇄가 이어지면 2019년에 달성한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가 무너질 것이다. 하지만 사회주의를 고집하는 시 주석은 민주주의 국가처럼 절박감을 느끼고 해결에 나설 것 같지 않다. 필요하다면 국유화 카드를 쓸 수도 있다. 중국의 정치체제와 경제정책 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대중(對中) 수출입과 소재 및 중간재의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장기적 시각에서 큰 그림을 가지고 대응해야 한다. 일부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의존도를 낮추고 다른 데서 만회해야 한다.

한국은 중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에서 탈피하는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 미국과 손잡아야 하지만 미국 또한 자국 이익 중심이라는 점을 유념해 핵심 품목의 경우 독자적인 공급망 구축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반도체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기업이 탈(脫)중국과 투자 다변화를 이루려 하지만 중국 투자가 많았던 반도체는 쉬운 문제가 아니다. 미국은 한국에 반도체 동맹을 요구하고 중국은 한국에 기댈 수밖에 없는 처지다. 첨단 무기에 반도체가 필수적으로 들어가지만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실패를 거듭하고 있어 한국을 무시하기 어렵다. 이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반도체 같은 핵심 산업의 경쟁력 강화가 중국 위기를 극복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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