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의 취임은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 삼성의 새로운 미래를 본격적으로 여는 시발점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이 회장의 ‘뉴삼성’ 경영철학 핵심 키워드는 과거 행보와 발언 등을 고려할 때 ‘기술력’과 ‘인재’로 요약된다.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 유지하기 위해 ‘초격차’를 통한 경쟁력 확보에 전사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지다.
이 회장은 27일 회장 취임 후 취임사를 대신해 사내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며 “세상에 없던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래 기술에 우리의 생존이 달려있다”며 “최고의 기술은 훌륭한 인재들이 만들어 낸다”고 인재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이 회장은 “성별과 국적을 불문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인재를 모셔오고 양성해야 한다”고 거듭 밝혔다.
이 회장은 2014년 고(故)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후 실질적으로 삼성을 이끌면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기술과 인재에 대한 경영 철학을 대내외에 알렸다. 지난 6월 유럽 출장을 다녀온 후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고 언급한 게 대표적이다.
이 회장은 지난 8월 경기 기흥 반도체 연구개발(R&D)단지 기공식에 참석해 “차세대 뿐 아니라 차차세대 제품에 대한 과감한 R&D 투자가 없었다면 오늘의 삼성 반도체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기술 중시, 선행 투자의 전통을 이어나가자.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고 당부하기도 했다.
지난 17일에는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제기능올림픽 특별대회’ 폐회식에 참석해 선수들에게 직접 메달을 건네며 기술 인재를 격려했다. 이 회장은 앞선 2009년에도 전무 직함으로 캐나다 캘거리의 국제기능올림픽 경기장을 방문해 기술 인력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당시 이 회장은 “제조업의 힘은 역시 현장”이라고 치켜세웠다.
삼성전자가 2006년 이후 전국기능경기대회와 국가대표 훈련을 장기간 후원하게 된 것도 기술인재 육성을 통한 제조 경쟁력 강화에 대한 이 회장의 각별한 관심이 배경이 됐다는 후문이다. 당시 상무였던 이 회장은 일본의 기업을 방문한 뒤 국제기능올림픽 출신 기술 인재들의 숙련도에 큰 인상을 받고 삼성 기술 관련 책임자에게 “삼성이 앞장서서 우수 기술 인력이 우대받고 존경받는 문화를 만들자”고 주문했다.
삼성전자가 주력 사업인 반도체, 특히 메모리반도체에서 시장 악화 전망에도 불구하고 감산 없이 투자를 이어가겠다고 밝힌 것도 이 회장의 ‘초격차’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다. 이 회장은 지난 2020년 5월 평택 극자외선 노광장비(EUV) 파운드리라인 투자를 결정하는 자리에서 “어려울 때일수록 미래를 위한 투자를 멈춰서는 안된다”며 기술을 통한 위기 극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후에도 “미래 기술을 얼마나 빨리 우리 것으로 만드느냐에 생존이 달려 있다. 시간이 없다”(2020년 6월 반도체연구소 간담회) 등 기술력 강화를 끊임없이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