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취임사·취임식도 없었다…이재용 회장 '조용한 행보' 왜

삼성전자, 별도 취임식 진행 않기로

이미 실질적 리더 역할…"하는 게 더 어색"

글로벌 위기 상황에 이재용 성품도 배경 해석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7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7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10년 간의 절치부심 끝에 회장 자리에 올랐지만 별도의 취임식은 갖지 않았다. 직함 명칭이 달라졌을 뿐 이미 삼성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리더였을 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 위기 상황 등을 고려했다는 것이 ‘조용한 취임’의 배경으로 해석된다.

27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 이사회 의결로 회장 자리에 취임한 이 회장은 별도의 취임 관련 행사를 갖지 않을 예정이다. 이틀 전인 25일 고(故) 이건희 회장 2주기 후 사장단과 만나 밝혔던 내용을 정리한 글을 사내게시판에 올리긴 했지만 이외에 별도의 취임 메시지도 내지 않았다. 이 회장은 사내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선대의 업적과 유산을 계승 발전시켜야 하는 게 제 소명”이라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첫 소회를 밝혔다. 지금껏 꾸준히 강조했던 ‘기술’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면서 ‘뉴삼성’ 경영철학을 제시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의 회장 자리에 오르는데 별도 행사가 없는 건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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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재계에서는 오히려 ‘이해할 만한 행보’라는 분위기다. 2014년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후 이 회장이 실질적으로 삼성을 이끌어 왔고, 이미 삼성을 대표해 경영 활동을 하는 상황에서 별도의 취임 메시지나 행사를 하는 게 오히려 더 어색할 수 있다는 이유다. 공정거래위원회 또한 2018년 5월 삼성그룹의 동일인(실질적 총수)으로 이 회장(당시 부회장)을 지정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 회장은 2014년부터 △미래 성장사업 선정·육성 △조직문화 혁신 △노사관계 선진화 △청년 일자리 창출 △CSR·상생 프로그램 강화 등을 주도하면서 삼성을 이끌어 왔다. 특히 2018년 180조 원 투자·4만 명 채용 발표, 2019년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발표, 2022년 반도체·바이오·신성장 정보통신(IT) 등에 450조 원 투자(역동적 혁신성장을 위한 삼성의 미래 준비) 등 삼성의 미래 먹거리 준비를 주도했다.

재계 관계자는 “계열사를 두루 다니며 임직원과 소통하고 회사별 미래 사업을 점검하는 등 오랜 기간 삼성의 총수로서 활동해왔다”며 “전에 없던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도 아닌데 ‘취임 메시지’ 등을 내는 것은 현재 삼성의 상황에서는 부자연스럽다”고 언급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고조 등 경제 위기가 지속되는 상황을 고려했다는 해석도 있다. 여기에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이 회장의 개인 성품 또한 ‘조용한 취임’의 배경으로 읽힌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의 승진은 실직적인 그룹 리더 역할에 대한 객관적인 상황을 직함에 반영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대내외 활동에도 더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진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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