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백골로 발견된 탈북민…통일부도 5차례 위기징후 전달받았다

연락처 없다는 이유로 조처 안해

지자체, 집 찾았지만 문잠겨 못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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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구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백골 상태로 발견된 40대 탈북민의 위기징후에 대해 통일부도 5차례 이상 정보를 전달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취약 계층인 ‘탈북민 위기가구’였지만, 연락처가 없다는 이유로 사각지대에 속해 ‘위기가구’를 담당하는 보건복지부와 지자체, ‘탈북민’ 정착·보호를 담당하는 통일부로부터 방치된 셈이다.



2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통일부에 확인한 결과, 보건복지부는 ‘고독사’로 사망한 탈북민 김씨(49)의 위기징후 감시 정보를 지난해 5월부터 최소 5차례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부 관계자는 "연락이 두절된 탓에 뚜렷한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국정감사에서도 김씨의 정보를 두고 부처 간 혼란이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지난 24일 국회 종합감사에서 "(김씨와 관련해) 지자체에서 케어(관리)하고 있는 중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지자체에서 조사 중인 위기가구의 경우 통일부 보완조사에서 제외하는 방식은 올해 5월부터 적용됐다"고 지적했다.



한편 복지부는 사회보장정보시스템에서 건강보험료 체납이나 단전·단수 등 위기가구 징후가 보이면 이를 관할 지자체 등 관련기관에 통보한다. 김씨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처음으로 위기징후가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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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는 서울 양천구에도 지난해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모두 5차례에 걸쳐 김씨의 위기징후 정보를 통보했다. 지자체는 집을 방문하는 방식으로 5차례 현장 조사를 나갔지만 문이 잠겨 있어 김씨를 만나지는 못했다.

김씨는 지난 2002년 탈북한 후 2017년까지 남북하나재단에서 상담사로 일했다. 김씨는 지난 2010년 1월 한국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북한이탈주민 사례로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인들 이야기를 종합하면 2017년 김씨는 "영어 공부를 하고 싶다"면서 돌연 퇴사하고 연락처를 바꿨다고 한다. 그러면서 지인과의 교류도 끊어진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퇴사 즈음에 자신의 신변보호를 담당하던 경찰관과도 연락을 끊었다. 김씨의 신변보호관은 2017년 12월 연락을 시도했다가 김씨가 전화번호를 바꾸는 바람에 통화하지 못했다. 신변보호관은 집을 방문해 메모를 남기고 전화 통화로 안부를 확인했다. 그러나 2019년 6월 김씨는 신변보호를 더 이상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탈북민은 국내에 정착한 후 5년 동안 신변보호를 받지만, 본인 의사에 따라 연장할 수 있다. 같은 해 12월 김씨는 신변보호관과 마지막으로 통화하며 "고마웠다"고 말했다.

김씨는 마지막 통화 후 3년여가 지난 19일 서울 양천구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백골 상태로 침대에 누운 채 홀로 발견됐다. 김씨가 지난 2020년 12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임대료와 관리비를 내지 못해 서울도시주택공사(SH)가 강제 퇴거 절차를 밟고 있던 중이었다.

발견 당시 김씨는 겨울옷을 입고 있었고 신원을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부패가 심한 상태였다고 전해졌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해 사인을 확인 중이다.

김 의원은 "탈북 모자 아사 사건 이후 통일부는 북한 이탈 주민의 위기징후를 신속하게 포착하기 위한 탈북민 위기관리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갖췄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기존 시스템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박민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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