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이재용 "진정한 초일류 기업 만들것"…창업-도약 이을 '제3의 신화' 준비

[삼성 이재용 시대]

■ 입사 31년만에 회장 취임

등기이사 오른뒤 2차례 옥고 등

누구보다 굴곡진 승계 과정 거쳐

부친보다 9년 늦은 54세에 취임

삼성그룹 토대 닦은 이병철 회장

반도체 신화 쓴 이건희 회장 이어

첨단기술 기반 뉴삼성 초격차 지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연합뉴스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연합뉴스











27일 취임한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은 회장 승진까지 재계 총수 중 누구보다도 굴곡진 승계 과정을 거친 인물로 꼽힌다. 올해 54세인 이 회장은 1987년 45세에 회장이 된 아버지 이건희 회장보다 아홉 살이나 더 많은 나이에 회장직에 올랐다. 고(故) 이병철 창업회장이 대한민국의 경제 부흥기를 이끈 삼성그룹을 일으켜 ‘창업 신화’를 만들었다면 2대 총수인 고 이건희 회장은 매출 10조 원의 회사를 물려받아 반도체를 중심으로 외형을 39배나 성장시키며 ‘성장 신화’를 견인했다. 이재용 회장은 첨단 기술과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며 글로벌 경쟁사들을 압도하는 ‘초격차’ 신화를 써야 하는 책무를 안게 됐다.

이병철 창업회장은 1938년 삼성상회를 시작으로 ‘사업보국’의 기치를 앞세워 삼성그룹의 토대를 만들었다. 삼성그룹을 비롯해 CJ그룹·신세계그룹 등 한국 재계를 주름잡는 그룹들이 그의 작품이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시켰다. 신경영 선언을 앞세워 1등 DNA를 이식시켰고 인재와 기술만이 살 길이라는 경영 철학을 전파했다. ‘애니콜 신화’ ‘갤럭시 신화’는 그의 집념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이재용 회장에게는 삼성 신화 시즌3을 열어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부여됐다. 1968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경복고와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한 뒤 1991년 삼성전자 총무그룹에 입사했다. 이후 일본 게이오기주쿠대 경영학 석사, 미국 하버드대 경영학 박사 과정 수료 등 다른 기업 총수들의 자녀처럼 순탄하게 경영 수업을 받았다.

관련기사



이재용 회장은 학업을 마친 뒤 2001년 삼성전자 경영기획실 상무보로 복귀해 2003년 상무가 됐다. 2004년부터는 삼성전자·소니 합작사의 등기이사로 경영에 본격 참여했다. 2007년 1월에는 전무로 승진했다.

이후 해마다 승진설이 나오다가 삼성 비자금 의혹 관련 특별검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인 2008년 4월 최고고객책임자(CCO) 보직을 내려놓았다. 이재용 회장이 후계 구도에 다시 편입된 것은 경영권 편법 승계 의혹의 핵심인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 사건이 대법원에서 무죄로 마무리된 2009년 5월부터였다. 그는 같은 해 12월 부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승진해 후계 경영에 속도를 냈다.

2014년 5월 부친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후에는 경영 전면에 나섰다. 2015년 5월 삼성생명공익재단·삼성문화재단 이사장에 선임되며 그룹 승계를 위한 상징적 절차를 밟았다. 2016년 10월에는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오르며 새 리더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삼성 총수 일가가 등기이사직을 맡은 것은 부친이 비자금 특검 사건으로 전격 퇴진한 2008년 4월 이후 8년 6개월 만의 일이었다.

등기이사 선임 직후 국정 농단 사건에 연루되며 또 다른 고난이 시작됐다. 이재용 회장은 2016년 11월 참고인 신분으로 첫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은 뒤 2017년 2월 1심에서 징역 5년이 선고돼 법정 구속됐다. 삼성그룹이 총수 수감으로 리더십 부재 상황을 겪은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2018년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으며 풀려난 그는 ‘뉴삼성’ 구상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2019년 4월에는 화성 공장을 방문한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함께 ‘2030년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 목표를 선포했다. 2020년 5월에는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며 ‘4세 경영 포기’를 선언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부친이 별세하며 명실상부한 그룹의 구심점이 됐다. 이재용 회장의 경영 구상은 지난해 1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재수감되면서 차질을 빚었다.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 구성도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재용 회장은 사면을 요구하는 여론이 많았음에도 지난해 8월 가석방되는 데 그쳤다. 그는 형기 종료 뒤에도 5년 동안 취업이 제한된다는 규정 때문에 각종 경영 활동 때마다 정치권과 여론의 눈치를 봐야 했다. 올 8월 광복절 특별 복권 뒤에야 비로소 경영의 자유를 얻었다.

이 회장은 이날 삼성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임직원들을 향해 “오늘의 삼성을 넘어 진정한 초일류 기업, 국민과 세계인이 사랑하는 기업을 꼭 같이 만들자”고 제안했다.

윤경환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