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사이버 플래그





2009년 6월 윌리엄 린 미국 국방부 부장관이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연설에서 “사이버 전쟁은 미군이 직면한 최대 도전 가운데 하나”라며 “사이버 위협은 미래가 아니라 바로 지금 우리가 직면한 위험”이라고 강조했다. 일주일 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육해공군이 별도로 운용해온 사이버 정보 조직을 통합해 사이버사령부를 신설하라고 지시했다. 당시는 미국의 차세대 전투기 설계 정보와 국가 전력망 등이 외부 세력에 잇달아 해킹당하면서 사이버 공격 위험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고 있었다.

2010년 5월 창설된 미군 사이버사령부는 이듬해 12월 영국 등의 사이버 대응 부대와 함께 첫 합동훈련을 실시했다. ‘사이버 플래그(Cyber Flag)’라는 훈련 명칭이 붙여졌다. 동맹국이 한 깃발 아래 모여 사이버 방어 태세를 구축하고 파트너십을 강화하자는 뜻이 담겼다. 이후 사이버 플래그는 미군 사이버사령부의 주관으로 매년 10~11월 중에 닷새에서 일주일가량의 일정으로 실시되고 있다. 훈련은 군 네트워크 및 국가 기반 시설에 대한 적대국의 사이버 테러에 대비한 전술훈련, 협력 발전 방안을 논의하는 세미나 등 두 갈래로 진행된다. 전술훈련에서는 사이버 공격 상황을 가정해 정보를 공유하고 가장 효과적인 대응 방법을 모색한다.



올해 사이버 플래그는 한국과 미국·영국·호주·뉴질랜드·일본 등 25개국 3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28일까지 실시된다. 훈련 장소는 미 버지니아주에 있는 미군 사이버훈련센터이다. 사이버 플래그에 처음 참여한 한국은 각 군에서 선발한 정예 인력 18명을 파견했다. 우리 군이 가치동맹 강화에 맞춰 육해공을 넘어 사이버 공간에서도 우방국들과 손발을 맞추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은 26일 관영 매체인 글로벌타임스를 동원해 “한국의 훈련 동참은 북한을 자극해 긴장 고조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이버 안보 전쟁이 치열해지면서 북한과 중국·러시아의 사이버 위협도 고조되고 있다. 사이버 테러는 안보 태세 전반을 흔드는 방아쇠가 될 수 있으므로 우리는 모든 도발 가능성을 상정하고 철통 같은 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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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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