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반도체 인위적 감산 없어"…'치킨게임' 승부수 던졌다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익 31% 급감

메모리 불황에 DS부문 실적 악화

증권가 전망치보다도 1조 낮지만

시설투자액 역대최대 수준 54조

기술력·규모의 경제 앞세워 진격


삼성전자가 주력인 반도체(DS) 부문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0% 급감하면서 3분기 영업이익이 10조 원대에 머물렀다. DS 부문의 영업이익은 증권가 전망치(6조 원)를 1조 원이나 하회했지만 삼성전자는 “감산은 없다”며 연간 최대 시설투자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메모리반도체 경쟁사들이 감산을 발표한 가운데 업계 리더십을 공고하게 다지기 위한 ‘치킨게임’에 돌입한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10조 8520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27일 밝혔다. 지난해 3분기보다 31.39% 감소한 수치다. 주력인 DS 부문의 영업이익 감소 폭이 전체 실적에 큰 영향을 줬다. DS 부문은 3분기 5조 12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10조 700억 원에서 46.3% 감소했다. 증권사 전망치였던 6조 원대보다 1조 원가량 낮아진 수준이다. 한진만 삼성전자 부사장은 이날 열린 3분기 실적발표회를 통해 “시장 조건이 좋지 않아 수요가 위축됨에 따라 메모리반도체 재고 수준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다만 삼성전자는 향후 수요 약세를 예상하면서도 감산 없는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다는 방침을 분명하게 밝혔다. 이는 10월 초 미국에서 개최된 ‘삼성 테크데이’ 행사에서 밝혔던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발언을 그대로 이어가는 것이다. 한 부사장은 실적 발표회에서 “인위적 감산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기본적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언급했다.



또 올해 연간 시설투자액을 역대 최대인 약 54조 원 수준으로 집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투자액인 48조 2000억 원보다 12% 많은 수준이다. 연간 투자비의 38.9%인 21조 원을 시장이 악화된 올 4분기에만 집중해서 투자하는 점도 주목된다. 총 시설투자액의 88.3% 수준인 47조 7000억 원가량을 반도체 설비 투자에만 쏟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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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반도체 감산이나 투자 축소를 진행하지 않는 것은 업계의 움직임과 정반대되는 행보다. 최근 삼성전자의 경쟁 업체들은 업황 악화에 대비하기 위해 잇따라 투자 감축에 나서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6일 3분기 실적 발표회를 통해 내년 설비투자액을 기존 계획보다 50% 이상 줄인다고 발표했고 D램 3위 업체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내년 투자액을 30% 축소하기로 했다. 일본 낸드플래시 강자 기옥시아는 이달부터 웨이퍼 투입량을 약 30% 줄인다.

업계에서는 향후 삼성전자가 경쟁사들을 확실하게 따돌리기 위한 치킨게임에 나설 것이라고 분석한다. 삼성전자는 D램 시장에서 43.4%, 낸드플래시 분야에서는 33.3% 점유율을 확보한 메모리 업계 최강 회사다. 현재 글로벌 D램 생산 규모에서도 약 40%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인 ‘규모의 경제’를 자랑한다. 기술력도 뛰어나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극자외선(EUV)을 도입한 D램을 생산하는 등 고급 기술로 제조원가를 절감하는 능력을 갖췄다. 불리한 업황에서도 원가 경쟁력과 규모의 경제를 앞세운 공격적 전략으로 시장 리더의 입지를 공고히 한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또한 내년 하반기 시장 회복세에 대비해 투자 변동폭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도 깔려 있다. 한 부사장은 “내년 글로벌 시장에서 데이터센터 증설이 확대될 것이고 신규 프로세서(CPU)를 위한 DDR5 D램 채용도 늘 것”이라며 “지금 시장 수요가 위축된 것은 맞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수요 회복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가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칩 위탁생산(파운드리) 사업부도 내년 하반기 시장 수요 회복에 대응해 중장기적 인프라 투자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강문수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생산 라인을 먼저 구축해 수요에 대응하는 ‘셸 퍼스트’ 전략에 따라 미국 테일러와 평택 생산능력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삼성전자의 또 다른 사업부인 가전 사업도 글로벌 수요 위축으로 우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영상디스플레이(VD)·가전 부문은 3분기 매출 14조 7500억 원, 영업이익 2500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6% 늘어난 반면 영업이익이 67.1%나 줄었다.

스마트폰·네트워크 부문은 폴더블 폰 갤럭시 Z4 시리즈 효과로 3분기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3% 늘어난 32조 2100억 원, 영업이익은 3.5% 감소한 3조 2400억 원을 기록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호조로 호실적을 거뒀다. 삼성디스플레이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3.8% 늘어난 1조 9800억 원을 기록했다. 1조 5000억 원 영업이익을 예상했던 시장 전망치를 상회했다.


강해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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