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채권

[단독]채안펀드 고작 3000억 매입 그쳐…"깐깐한 기준에 대형사 ABCP 대부분 제외"

■ 문턱 높은 채안펀드

ABCP A1등급 이상만 매입 가능

국내선 현대건설 등 3곳밖에 안돼

둔촌주공 ABCP 고작 900억 매입

당국은 내주 3조 추가 캐피털콜





채권시장안정펀드 매입 기준의 ‘높은 문턱’으로 인해 가동 첫 주에 약 3000억 원어치의 채권만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채안펀드가 이번 둔촌주공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차환 발행에 투입됐으나 매입 기준이 신용등급 A1 이상이어서 이를 충족하는 유일한 건설사인 현대건설 물량만 사들이는 데 그쳤다. 자금 시장 경색의 원인인 PF 유동화증권 문제를 풀기 위해 조성한 펀드임에도 정작 조건이 까다로워 실효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24일 가용 재원 1조 6000억 원으로 재가동된 채안펀드는 하위 펀드에 단기 기업어음(CP) 등을 위주로 5000억 원을 매입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날까지 채안펀드는 둔촌주공 채권 차환을 포함해 약 3000억 원을 집행하는 데 그쳤다.



재가동 이후 한 주 동안 채안펀드의 가용 재원(1조 6000억 원) 대비 집행 금액(3000억 원) 비중은 18.75%에 그친다. 엄격한 채권 매입 기준으로 채안펀드 집행률이 저조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번 둔촌주공 PF 대출 차환 건이다. 둔촌주공 시공사인 건설사들은 이날 총 5423억 원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과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를 만기 83일물(2023년 1월 19일)로 발행하는 데 가까스로 성공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둔춘주공 자산유동화증권 매입에 채안펀드도 참여했지만 900억 원을 사들이는 데 그쳤다”며 “PF ABCP의 경우 매입 기준이 A1 등급 이상인데 이를 충족하는 것은 현대건설뿐이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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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당국은 이번에 채안펀드를 재가동하며 기존에 매입하지 않았던 건설사의 PF ABCP(A1 등급 이상)를 매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A1 등급 이상 건설사는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DL 이앤씨에 불과하다. 현대건설과 둔춘주공 컨소시엄에 들어가 있는 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은 A2~A3 등급으로 이 건설사에서 보증한 PF ABCP는 채안펀드의 매입 기준에 미달한다. 현재 기준대로라면 GS건설·SK에코플랜트·포스코건설 등도 매입 대상이 아니다.

금투 업계에서는 올해 말 만기가 도래하는 건설사 보증 PF ABCP 규모가 5조 2024억 원, 내년 1분기에는 1조 7218억 원에 달하는 만큼 채안펀드가 매입 기준을 유연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금투 업계의 한 관계자는 “채안펀드 규모만 늘릴 게 아니라 매입 기준을 현실화해 정부가 시장안정화를 위해 실제 움직인다는 신호를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강원도의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로 단기자금 시장 경색이 발발한 만큼 정부가 결자해지의 자세로 채권 매입 기준을 현실화해 채권 거래의 물꼬를 터줘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금융 당국은 채안펀드로 시장에서 소화되지 않는 회사채·여전채 매입 재개, 다음 주부터 시작되는 3조 원 규모의 1차 추가 캐피털콜(자금 요청) 계획을 내놓았다. 한국증권금융을 통해 증권사에 3조 원+α의 유동성을 지원 중이고 산업은행에서 2조 원+α의 증권사 CP 매입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한국증권금융은 증권사가 보유한 채권이나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증권사가 직접 발행하거나 보유한 타사 CP를 매입 중이다.


서종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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