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은 촌각을 다투는 응급 질환이다. 뇌혈관이 막혀 뇌 일부가 손상돼 생기는 ‘뇌경색’과 뇌혈관이 파열되어 뇌손상을 일으키는 ‘뇌출혈’을 통칭하는 용어로, 자칫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생명에 지장이 없더라도 반신마비, 언어장애 등 장기 후유증을 남기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질환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숙지하고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미리부터 뇌졸중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요소를 관리해 발병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는 것도 중요하다.
10월 29일은 세계뇌졸중기구(WSO)가 제정한 ‘세계 뇌졸중의 날’이다. 조현지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신경과 교수의 도움말로 뇌졸중의 위험요소를 둘러싼 속설들에 대해 살펴보자.
◇ 코골이 심한 사람, 뇌졸중 위험도 높다?
코골이가 심할수록 뇌졸중 위험이 높아진다는 속설, 사실일까. 정확하게는 코골이의 주범인 수면무호흡증이 뇌졸중 위험을 높인다고 봐야 한다. 코를 심하게 고는 건 수면 중 숨쉬는 데 문제가 있다는 신호다. 일반적으로 고령이나 비만, 편도가 비대한 사람들에게서 발생하고 턱이 작은 얼굴형을 가진 사람도 잘 때 코를 고는 경우가 많다. 특히 코를 심하게 골다가 갑자기 조용해지고 숨을 쉬지 않다가 크게 몰아쉬는 양상을 보인다면 수면무호흡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수면무호흡증이 있으면 반복적으로 뇌혈류가 감소하면서 뇌에 저산소증을 일으킬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뇌혈관 내부에 변화가 일어나고 혈압을 상승시켜 뇌졸중 발생 위험이 커진다. 실제 장기간 수면무호흡증에 노출되면 고혈압이나 비만, 심방세동, 관상동맥질환, 심부전 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존재한다. 이런 질환들은 이차적으로 뇌졸중 발생을 증가시킬 수 있다.
◇ 경구 피임약, 오래 복용하면 뇌졸중 부른다?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은 경구피임약도 뇌졸중 위험을 높일 수 있다. 경구피임약을 단순한 피임 목적으로만 복용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최근에는 생리주기 조절이나 생리통 완화, 생리전 증후군 및 생리불순 개선 등 다양한 목적으로 경구피임약을 꾸준히 복용하는 젊은 여성들이 많다.
물론 기저질환이 없는 건강한 여성이라면 경구피임약 복용 자체가 뇌졸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 않다. 문제는 뇌혈관질환이나 당뇨병,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다. 피임약이나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을 약으로 장기 복용하면 부작용으로 간에 영향을 미쳐 중성지방 생산량이 높아지고 혈소판응집을 증가시킬 수 있다. 혈액이 응고되면서 뭉치는 혈전이 생길 경우 혈액의 원활한 흐름을 막아 뇌혈관질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
따라서 고혈압, 당뇨병, 심장질환 등의 기저질환이 있는 뇌졸중 고위험군이라면 경구피임약 복용이 권고되지 않는다. 흡연을 하는 여성도 마찬가지다. 흡연은 뇌졸중의 중요한 위험인자다. 실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35세 이상 흡연자의 경우 피임약을 복용해선 안된다고 권고하고 있다.
◇ 현대인이라면 피할 수 없는데...스트레스도 뇌졸중 위험요소일까?
스트레스가 직접적으로 뇌졸중을 일으키는 원인은 아니다. 다만 간접적인 원인이 될 수는 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일시적으로 혈압이 상승하거나 혈관이 수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음주, 흡연 빈도가 높아지는 것도 간접 원인으로 꼽힌다. 음주, 흡연을 즐겨하는 습관은 심혈관계에 악영향을 끼쳐 결과적으로 뇌졸중 발생 위험을 높인다.
◇ 맛있으면 0칼로리? 뇌졸중은 피할 수 없다
뇌졸중 예방에 왕도는 없다. 가장 좋은 예방법은 누구나 알지만 지키기 힘든 생활요법이다. 지방이나 기름기가 많은 육류와 버터, 코코넛유나 팜유를 사용한 튀김 음식을 과도하게 섭취해선 안된다. 나쁜 콜레스테롤이라 불리는 저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LDL-C)이 혈관 벽에 염증을 유발하고, 혈관에 동맥 경화반이 생길 수도 있다. 이는 뇌혈관을 막거나 손상시켜 뇌에 원활한 혈액 공급이 이뤄지지 않게 만든다. 동물 내장이나 닭 껍질, 생선알, 햄, 베이컨류도 뇌졸중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음식이다. 당분이 높은 음식은 뇌의 기능을 떨어뜨린다고 알려졌다. 이러한 식단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반면 규칙적인 운동은 뇌졸중을 약 2.7배 낮춰주는 효과가 있다. 빠르게 걷기나 자전거 타기, 수영 같은 유산소 운동을 일주일에 4~5회, 한 번에 30분~1시간 정도 꾸준히 시행하는 습관은 심혈관질환이나 뇌혈관질환 위험을 줄이는 데 유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