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뉴요커의 아트레터]인테리어 디자인에서 레스토랑, 갤러리까지

아트비즈니스 경계 허무는 '로만 앤 윌리엄스 길드’

영화 세트장 디자인 시작해 호텔 인테리어로 확장

아티스트 소개하는 갤러리 운영까지 크로스오버

로만 앤 윌리엄스 길드(Roman and Williams Guild)의 공동 창업자 로빈 스탠디퍼와 스티븐 알레쉬는 2017년 뉴욕 소호와 차이나타운의 경계에 현재 사무실을 열었다.로만 앤 윌리엄스 길드(Roman and Williams Guild)의 공동 창업자 로빈 스탠디퍼와 스티븐 알레쉬는 2017년 뉴욕 소호와 차이나타운의 경계에 현재 사무실을 열었다.





언제부터인가 순수미술, 디자인, 건축의 경계가 점점 사라지고, 서로 다르게 여겨졌던 장르가 융합되는 현상이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이를 대변하듯 뉴욕에서 가구, 공예, 인테리어 디자인, 건축, 갤러리, 레스토랑 등 아트 비즈니스 내에서 할 수 있는 거라곤 다하는 디자인 스튜디오가 있다. 바로 아트 장르 내 다양한 경계를 거치며 크로스오버의 정석을 보여주고 있는 ‘로만 앤 윌리엄스 길드(Roman and Williams Guild)’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20여 년 전 로빈 스탠디퍼 (Robin Standefer)와 스티븐 알레쉬 (Stephen Alesch)는 LA에서 현재 로만 앤 윌리엄스 길드의 근본이 되는 건축·인테리어 디자인 회사를 설립했다. 순수미술과 예술사를 전공한 로빈과 엔지니링과 건축을 공부한 스티븐은 서로의 부족한 점들을 보완하며 같이 성장했다. 후에 이들은 봉준호 감독도 존경하는 할리우드 스타 감독 마틴 스콜세지(Martin Scorsese)의 눈에 띄어 15년간 할리우드에서 20편이 넘는 영화 촬영 세트장을 디자인하는 일을 맡게 된다. 자연스럽게 할리우드 인맥이 생긴 이 둘은 유명 할리우드 스타인 기네스 펠트로의 레지던스 인테리어 디자인을 담당하며 입소문이나기 시작한다. 후에 이들은 개인 주거 공간뿐만 아니라 유명 유명 부티크 호텔인 노마드, 에이스, 스탠다드 호텔 등의 공간 디자인을 책임지게 된다.

로만 앤 윌리엄스 길드 내부에는 장인들이 만든 가구와 디자인 굿즈들을 체험할 수 있는 쇼룸, 이들이 운영하는 프렌치 식당 '라 메르세리'가 같이 연결돼 있다로만 앤 윌리엄스 길드 내부에는 장인들이 만든 가구와 디자인 굿즈들을 체험할 수 있는 쇼룸, 이들이 운영하는 프렌치 식당 '라 메르세리'가 같이 연결돼 있다



이렇게 탄탄히 커리어를 쌓아온 로빈과 스티븐은 2017년 가을 뉴욕에 자신들의 브랜드인 ‘로만 앤 윌리엄스 길드’를 본격적으로 열었다. 뉴욕 소호와 차이나타운 사이 경계에 위치한 오래된 캐스트 아이런 빌딩(cast-iron building) 1층에는 로만 앤 윌리엄스 길드에서 자체 제작한 커스텀 가구들과 세계 곳곳의 장인들이 만들어낸 유리와 세라믹 굿즈들이 전시된 쇼룸이 위치해 있다. 현재 아시아·유럽·미국 등 세계 각지의 장인들과 협업하기도 하며, 그들의 작업들을 소개하고 있다. 쇼룸을 방문한 고객들은 자연스럽게 의자에 앉아보기도 하며, 로만 앤 윌리엄스의 디자인 철학을 경험할 수 있다. 이들이 제작한 가구와 디자인 굿즈들을 살펴보면 굉장히 묵직하다는 느낌이 든다. 나무와 철과 같이 자연에서 나오는 물성 자체를 최대한 살리되 장인들의 섬세한 디테일들은 추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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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층에는 쇼룸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프렌치 식당 라 메르세리(La Mercerie)도 있다. 식당을 단순히 음식을 소비하는 공간이 아닌, ‘로만 앤 윌리엄스 길드’라는 브랜드를 체험하는 공간 소비의 장소로 만든 점이 흥미롭다. 로빈과 스티븐은 이 식당에서 사용하는 포크, 나이프와 같은 기본 집기부터 접시, 냅킨까지도 자기 브랜드의 제품들을 집어넣었다.

로만 앤 윌리엄스 길드는 지난해 사무실 옆 골목에 길드 갤러리(Guild Gallery)를 오픈했다. 현재는 12명의 전속작가 중 하나인 케이시 자블로키(Casey Zablocki)의 첫 뉴욕 개인전이 한창이다.로만 앤 윌리엄스 길드는 지난해 사무실 옆 골목에 길드 갤러리(Guild Gallery)를 오픈했다. 현재는 12명의 전속작가 중 하나인 케이시 자블로키(Casey Zablocki)의 첫 뉴욕 개인전이 한창이다.


이들은 지난해 영역을 확장했다. 디자인을 넘어서 아티스트를 위한 길드 갤러리(Guild Gallery)를 열었다. 실용적인 오브제 개념과 조각의 영역을 탐구하는 12명의 아티스트를 전속작가로 보유하며 뉴요커들에게 적극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연간 3회 정도 아티스트의 개인전을 개최해오고 있는 길드 갤러리에서는 현재 몬타나 미줄라에서 작업을 해오고 있는 케이시 자블로키(Casey Zablocki)의 개인전이 한창이다. 국내에서 이헌정 작가의 어시스턴트로 활동한 경험이 있는 케이시의 작업에는 동양에서의 경험과 미국 중서부 광활한 자연을 담고 있는 몬나타주 미줄라의 정서가 담겨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케이시의 도자 작품들은 인위적으로 열을 발생시키는 가스 가마가 아닌 전통적 구조의 장작 가마에서 만들어진다. 밤낮없이 작가가 직접 불의 강약을 조절해야 되는 노동과 가마 내부의 검은 숯의 그을림이 자연스럽게 세라믹 표면에 오랜 시간 입혀진 흔적들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깊이감을 만들어낸다.

장작 가마를 통해 나오는 자연스러운 그을림과 오랜 노동을 요구하는 케이시의 작업에는 깊이감이 곁들여져 있다.장작 가마를 통해 나오는 자연스러운 그을림과 오랜 노동을 요구하는 케이시의 작업에는 깊이감이 곁들여져 있다.


최근 몇 년간 뉴욕에서는 전통적인 공예로 여겨졌던 유리나 세라믹(도자)에 대한 재조명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작년 뉴 뮤지엄 트리엔날레와 제프리 다이치 갤러리의 ‘클레이 팝'과 같은 그룹전을 대표적인 예시로 들 수 있겠다. 이 전시들은 도자의 기능적인 측면보다는 작가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수단에 더 초점이 맞춰져있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100여 년 전 뒤샹은 변기를 뒤집어 세워놓기만 함으로써 변기를 단순히 용변을 보는 오브제로 생각해왔던 인간의 고정관념을 뒤흔들었다. 조금 맥락이 다르긴 하지만 재료적인 특성이 부각되는 공예 분야 또한 실용적인 기능을 넘어서 다른 맥락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아 보인다. 앞으로 길드 갤러리가 우리의 관성적인 태도를 깨줄 전시를 계속 보여줄지도 주목해 봐야겠다. /글·사진(뉴욕)=엄태근 아트컨설턴트

※필자 엄태근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를 졸업하고 뉴욕 크리스티 에듀케이션에서 아트비즈니스 석사를 마친 후 경매회사 크리스티 뉴욕에서 근무했다. 현지 갤러리에서 미술 현장을 경험하며 뉴욕이 터전이 되었기에 여전히 그곳 미술계에서 일하고 있다.※필자 엄태근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를 졸업하고 뉴욕 크리스티 에듀케이션에서 아트비즈니스 석사를 마친 후 경매회사 크리스티 뉴욕에서 근무했다. 현지 갤러리에서 미술 현장을 경험하며 뉴욕이 터전이 되었기에 여전히 그곳 미술계에서 일하고 있다.


조상인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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